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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의 산산조각 産山造閣] '양치기 소년'에 휘둘리는 금융권과 투자자

  • 송고 2016.07.07 08:18 | 수정 2016.07.07 08:23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삼성그룹은 지난달 30일 증권시장 등에 유포된 이건희 회장 사망설에 대해 공식 부인했다. 이날 오전 증시 등에서는 이 회장이 사망했으며, 삼성그룹이 이날 오후 3시 이를 발표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설이 나돌자 증시가 요동을 쳤다. 이날 삼성그룹주 16개 종목의 장중 시가총액 최고치는 309조296억원에 달했다. 시총 최저치가 297조1691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근거 없는 찌라시에 12조원가량이 출렁인 셈이다.ⓒ연합뉴스

삼성그룹은 지난달 30일 증권시장 등에 유포된 이건희 회장 사망설에 대해 공식 부인했다. 이날 오전 증시 등에서는 이 회장이 사망했으며, 삼성그룹이 이날 오후 3시 이를 발표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설이 나돌자 증시가 요동을 쳤다. 이날 삼성그룹주 16개 종목의 장중 시가총액 최고치는 309조296억원에 달했다. 시총 최저치가 297조1691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근거 없는 찌라시에 12조원가량이 출렁인 셈이다.ⓒ연합뉴스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은 결국 거짓말을 거듭해 신뢰를 잃게 된다고 묘사된다.

금융권이 양치기 소년 때문에 곤욕을 크게 치렀다. 찌라시 '이건희 회장 사망설' 해프닝이 바로 그렇다.

공매도 공시제가 시행된 지난달 30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망설에 대한 루머가 SNS상에 오전부터 나돌면서 그룹 주가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삼성그룹은 ‘사실무근’이라고 루머를 일축했지만 출렁이는 증시를 제어하진 못했다.

삼성물산 주가는 장중 한때 8.5% 이상 뛰었고 이날 4.68% 상승한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와 삼성SDS도 각각 2.08%, 3.99% 올랐다. 그 상승분을 반납하지 못했다. 삼성 측은 찌라시 유포 사건에 대해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찌라시는 전염성과 중독성이 강한 글이다. 그 속에 숨겨진 은밀한 ‘신호(신호라고 믿는)’를 읽어내려는 독자적 욕구 때문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쪽에선 조만간 또 어떤 거물급이 나올까하고 찌라시를 기다리고 있고, 찌라시 생산자는 이리저리 들은 내용과 가십거리, 변종 스토리를 정리하며 이슈를 터트릴 기회를 엿본다. 찌라시도 정보의 한 형태라는 예찬론자도 다수다. 정보를 가진 사람과 못가진 사람 간의 정보불균형 사이에서 찌라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중독자들을 유혹한다.

찌라시(루머라 할지라도)가 인기가 많은 데는 찌라시가 '대리만족의 기쁨'을 제공하기 때문이란 게 기자의 생각이다.

유난히 한국은 인간관계의 거래비용(transaction cost)과 진입장벽이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찌라시는 잠깐 동안이라도 상류층의 화려한 생활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이 진짜 기득권층과 교류하는 즐거움을 맛보게 해준다.

누구나 상승욕구를 갖고 있는 사람인지라 자신의 한계를 어떻게 해서든 뛰어넘어 보려고 시도하기 마련이다. 상류층의 삶을 슬쩍 들여다보는 것으로나마 사회적 지위를 업그레이드하려는 사람들은 충분히 찌라시의 매력을 느낄 법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대부분은 찌라시의 일회성 재미에 빠진다.

찌라시도 찌라시지만 허위사실, 낭설을 몸소 퍼트리는 '양치기 소년'도 설친다는 게 골칫거리다. 자신이 싫어하는 단체나 기업을 음해하기 위해서다. '양치기 소년'에게 메리츠화재가 당했다. 점포효율화 차원에서 영업관리자 희망퇴직 중인 메리츠화재가 지주에 의해 매각수순을 밟고 있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메리츠금융지주가 공시를 통해 매각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면서 시장의 출렁임은 곧 잠잠해졌다. 진원지도 알 수 없었고 근거도 궁색하기 짝이 없었다. 떨어진 주가가 종전가격(1만4700원)을 되찾는 데는 5거래일이 소요됐다. 기자도 일년전 양치기 소년으로부터 같은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이쯤이면 장난의 수준을 넘어섰다.

이처럼 '양치기 소년'이 푸는 '썰'은 소수의 시장 분석가에 의해 왜곡되기도 하고 변종으로 둔갑해 시장에 대혼란을 제공한다. 또한 미디어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기도 하는 등 근거없는 소문은 일파만파 확산되며 악성루머로 증폭된다.

이솝우화에서 양치기는 일상이 지루했기 때문에 거짓말을 일삼았다. 하지만 금융인들은 자신의 이익과 경쟁사 해코지를 위해 거짓말을 했으니 더 악질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읽고 있는 '마피아 경영학'을 인용해 글을 마무리한다. 세상에는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진실을 파괴하려는 병적인 욕구를 갖고 있단다. 뛰어난 거짓말쟁이는 진실과 허구를 어느 정도의 비율로 섞는게 좋은 지 정확하게 판단한다. 특히 반사회적 이상 성격자, 양심의 가책이 없는 사람일 경우가 높다 한다. 이 책은 말이 지나치게 많은 이들을 경계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충동적인 거짓말쟁이의 징후일 경우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번쯤은 생각해볼 일이다. 실체도 없고, 근거도 없는 루머가 채워진 세상은 너무 공허하지 않은지. 양치기 소년이 무심코 외친 거짓 메아리에 누군가는 상처받고, 손실을 입는다. 우리는 언제까지 거짓말에 휘둘려야 할까. 우리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해 대응하는 값진 안목을 지금이라도 축적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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