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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중공업 노조, 파업 전에 자신부터 돌아보라

  • 송고 2016.07.06 06:00 | 수정 2016.07.06 08:52
  •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상호간 신뢰 없는 명분 내세우기, 국민 납득 못해

A, B, C라는 세 학생이 동시에 지각을 했다. 교사가 지각 사유를 물어보니 세 명이 약속이나 한 듯 “차가 밀려서요”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교사는 A와 B에게는 간단한 훈계만 하고 C에게만 가혹한 체벌을 내린다. 알고 보니 A와 B는 평소 지각을 하지 않았던 반면 C는 평소 지각을 밥 먹듯이 하고 과제조차 제대로 해온 적이 드문 학생이었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명분 세우기는 중요하다. 지각을 했더라도 “그냥 늦었다”와 “이러저러해서 늦었다”는 천지 차이다. ‘지각을 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 약속을 깨고 지각을 한 것에 대한 명분이 참인지 거짓인지 여부는 둘째 문제다.

핵심은 똑같은 명분이라도 상호간 신뢰가 전제되지 않은 명분 세우기의 끝은 결국 파국뿐이라는 것이다.

최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집행부의 행보는 C 학생을 연상케 한다.

지난 5월 27일 대의원대회에서 쟁의 발생을 결의하고 다음 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추진 중이다. 가결된다면 3년 연속 파업이 코앞이다.

명분은 “근로자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는 일방적 구조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이다. 한 발 앞서 파업을 결의한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와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내세운 명분과 같다. 심지어 “당장 파업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정부 내지 사측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원한다”는 전제조건도 나머지 두 회사 노조와 같다.

하지만 같은 명분이라도 안에 실린 무게감은 나머지 두 회사 노조와는 사뭇 다르다. 당장 올해 임금·단체협상안 요구안만 비교해 봐도 그렇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임금 9만6712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및 직무환경 수당 상향, 성과급 지급, 성과연봉제 폐지, 우수 조합원 100명 이상 매년 해외연수 등을 요구했다. 사외이사 추천권 인정 및 이사회 의결 사항 노조 통보,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전년도 정년퇴직자를 포함한 퇴사자 수만큼 신규사원 채용 등도 요구안에 포함돼 있다.

척 보기에도 현재 같은 불황에 사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인 데다, 법으로 보장된 사측 고유권한인 경영권까지 침해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반면 삼성중공업 노협과 대우조선해양 노조 임단협 요구안에는 별도의 수당인상 요구 없이 임금은 동결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정도만 개선해달라는 내용뿐이다.

이들의 경우 지난해 현대중공업 노조만 조선업종노조연대라는 이름으로 외로이 임단협 시위를 벌일 때 현장에서 묵묵히 업무에 매진해왔다. 더 나아가 삼성중공업 노협 지도부는 불황 극복에 동참하겠다며 경영진과 함께 해외 영업활동까지 참여한 전적이 있다.

시황 침체에도 사측 방침에 사사건건 반발해 3년 연속 파업을 벌이는가 하면, 파업 참여를 독려한답시고 상품권을 뿌리고, 스위스 FIFA본부 항의방문 및 총선 특정후보 지지 등 공공연하게 정치활동까지 관여해온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와는 대조적인 행보다.

물론 현재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은 지역경제 침체 및 조선업 경쟁력 저하 우려 등 후유증에 대한 대안 및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보여지는 부실한 실적에만 의거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감이 없지 않다.

다만 국제적인 시황 침체로 수주 가뭄이 지속되고 추후 경영환경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다소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 또한 사실이다. 노사가 일방적 명분을 내세우기보다는 구조조정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의 비현실적 요구와 행보만 보자면 정부의 일방통행식 구조조정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 정부나 사측이 진정성 있는 대화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파업을 벌인들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각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기 전에 최소한 A(삼성중공업 노협)나 B(대우조선해양 노조) 학생 정도의 신뢰는 쌓고 대화에 나서는 게 순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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