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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의 산산조각 産山造閣] 살아있는 공간과 금융점포

  • 송고 2016.07.05 09:25 | 수정 2016.07.05 10:33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상품 판매 실적과 비용효율만 생각하는 국내 금융사 지점

사람 사는 이야기와 소통이 있는 '제 3의 공간'이 되기를

벨기에 서점 '쿡앤북'의 주인 데보라 드리온 씨는

벨기에 서점 '쿡앤북'의 주인 데보라 드리온 씨는 "친구를 만난 것 같고, 초대받은 것 같은 곳, 긴장이 풀어지는 곳. 마음대로 시간을 보내는 곳이 '살아있는 공간(being space)'"이라면서 "쿡앤북이 살아있는 공간으로서 외로운 현대인들의 아지트, 교류의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언호의 세계 책방 기행]

"우린 경영 전문가나 기업현장에서 활동한 마케터가 아니었어요. 우리는 그저 살아있는 공간(being space), 상업적 분위기가 나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잘 나가던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남편과 함께 복합문화공간 '쿡앤북<사진 위>'을 오픈한 데보라 드리온 씨의 말이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살고있는 그녀는 서점과 레스토랑의 주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세계서점기행:한길사)

서점과 레스토랑과 카페, 음악 공간을 결합한 '쿡앤북(COOK & BOOK:www.cookandbook.be)'은 9개 섹션으로 이뤄진 1500㎡(옛 453평)의 공간이다. 컬러풀하면서 상상력이 넘치는 인테리어로 꾸며진 그 곳에서 방문객들은 다채로운 문화와 예술, 라이프스타일을 만날 수 있다. 배고픈 고객들은 레스토랑에서 미각을 만족시키고, 음악이 필요한 사람은 취향에 맞는 음반을 고른다. 지적 허기에 시달린 이들은 운명을 바꿀 책을 찾아 탐독한다.

주인 드리온 씨는 "친구를 만난 것 같고, 초대받은 것 같은 곳, 긴장이 풀어지는 곳. 마음대로 시간을 보내는 곳이 '살아있는 공간(being space)'"이라면서 "쿡앤북이 외로운 현대인들의 아지트, 교류의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자신만의 행복한 공간을 찾기를 바라는 그녀의 마음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쿡앤북 레스토랑은 반드시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이용객이 많고, 브뤼셀 시민 대부분이 약속 장소로 이곳을 꼽는다. 옆나라 파리점 오픈도 곧 예정돼 있다.

이쯤에서 질문을 드리고 싶다. 집도 아니고, 회사도 아니지만 우리가 자주 가는 곳. 혼자 가든 여럿이 함께 가든, 그곳에 가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뭔가 충전이 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공간. 독자 여러분께 그런 공간이 있는지 여쭙고 싶다.

대학 교수이자 사회학자인 레이 올든버그는 이같은 공간을‘제 3의 공간’이라고 불렀다. 그는 '제 3의 공간'을 통해 현대인들은 만남과 대화를 통해 편안함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일터와 가정에서 쌓인 근심을 잠시 잊는 곳, 여러 계층의 사람이 섞이는 아고라 같은 곳이다.

서두부터 벨기에 서점 '쿡앤북'과 '제 3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요즘 금융업계에 불고 있는 '전략적 점포' 운영바람에 대한 사견을 풀어볼까해서다.

서점과 레스토랑, 레코드점,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사는 분명히 다른 업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자신만의 컨텐츠를 제공하고 판매한다는 면에서는 유사점이 많은 서비스업종이다. 모두 다 고객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서비스업의 성공은 '고객 만족'에 달렸다. 사실 고객 만족이 어떠한 조건에서 이뤄지는 지 통계적으로 정확히 증명할 수는 없다.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니즈에 대해 10% 내외만 설명할 수 있다는 마케팅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뉴욕에 있는 금융사 ING다이렉트 카페ⓒING

미국 뉴욕에 있는 금융사 ING다이렉트 카페ⓒING

'투심(투자심리)'은 경제에 미치는 심리적 요인을 잘 대변해주는 단어다. 영국 경제학자 케인즈는 "경제를 이끄는 것은 숫자로 이뤄진 논리가 아니라 인간 내면에 있는 동물적 충동과 욕구"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시장의 1등기업을 만드는 것은 고객의 감성"이라는 전문가들의 설명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소비를 이끄는 감성이 경제를 움직이는 근간이라고 많은 이들이 믿는 이유다.

사실 감동이란 영역은 논리적인 설명과 통계와 숫자로 오는게 아니다. 컨텐츠와 이야기가 우리의 감성을 젖게할 때 찾아오는 것이며, 나도 모르게 마음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우리 금융사가 그동안 어떤 컨텐츠로 고객에게 다가가고 있었는 지를 생각해볼 때다. 금융사들은 PB(프라이빗뱅커), 자산관리전문가, 금융집사, 재무컨시어지란 용어를 통해 '나는 고객님의 돈을 잘 관리할 수 있습니다'란 구호를 일방적으로 외치기만 한 것은 아닌지를. 돈을 맡기라고만 강조할 뿐 왜 맡겨야 하는지를 '제 3의 공간'에서 제안하는 금융사는 보기 드물었다. 세일즈맨 개인 역량에 맡겼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만으로 소비자와의 깊은 관계 형성에 한계를 느꼈던 어떤 기업은 다른 방법을 택했다. 이들은 조금은 우회적인 '제 3의 공간'을 활용한 소통을 통해 자사가 제공하는 가치를 다르게 전달했다. 소규모 브랜드숍(Brand Shop) 또는 플래그숍(Flag shop)이 그 노력의 결과물이다. 사람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제3의 공간 찾기, 살아있는 공간 만들기와 일맥상통하는 곳이다.

금융맨들의 추억담을 들어보면 90년대 증권사 지점, 은행 점포는 '제 3의 공간'이 되어 소비자 마음의 문을 손쉽게 열었다. 당시 증권사엔 객장 문화가 있었고, 은행은 동네 사랑방 역할을 했다. 금융사의 컨텐츠와 이를 소비하는 이용자 간의 연대감은 충분히 끈끈했다.

지금은 어떤가. 점포방문 없이도 스마트폰에서 모든 금융업무가 해결되는 현대인은 편리함을 누리는 대신 고독함을 얻었다. 편리함과 고독함은 종합선물세트과 같다는 어떤 글귀처럼 고스란히 이 둘을 감내하는 것이 현대인의 숙명이다.

최근 형제 계열의 메리츠종금증권과 메리츠화재보험이 초대형 점포 설치를 통해 에너지(비용) 집약적인 영업모델 개막을 선포했다.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수익을 노리겠다는 것이 초대형 점포의 골자다.

기자는 효율성과 수익성만 생각하는 방향 제시는 어쩌면 '단기 월급 사장' '전문경영인'의 한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고객과의 관계에서 지불하게 되는 일체의 거래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만 해석됐기 때문이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자본주의에 천착한 점포 형태가 꼭 맞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 수 있다. 그동안의 금융점포들 역시 자로 잰듯한 수익성 논리로 개설됐다가, 자본주의 논리로 철수됐지 않았나.

금융사의 점포 경쟁력은 대형화, 효율화에서만 비롯되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앞서 소개한 '쿡앤북'처럼 조금 돌아가더라도 차별화된 성공의 DNA를 창조해가는 길도 있다. 메리츠처럼 효율성에만 집중하는 점포가 있는가 하면, 초대받는 느낌을 고객에게 주는 '쿡앤북'과 같은 공간도 있다. 키움증권처럼 점포개념을 오로지 온라인에서 소화한 방식도 가능하다. 시장 트렌드를 견인하는 리딩 컴퍼디는 자신만의 확고한 컨텐츠를 갖고 있는 법인데 이를 어떻게 전달할 지는 각자의 몫이다.

그리고 기업의 도전과 혁신의 불씨를 꺼뜨릴지 살릴 지는 해당 회사의 지속적인 노력과 정부 응원에 달렸다. 창조성과 생산성, '생활 속의 제안'과 '문제의 대안'...이같은 갈림길 속에서 금융업은 지금도 성장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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