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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혁의 쓴소리 단소리] 기업 팔목 비틀기, 이젠 그만

  • 송고 2015.12.04 06:00 | 수정 2015.12.03 17:35
  • 임혁 전무 (limh@ebn.co.kr)

임혁 EBN 전무.

임혁 EBN 전무.

우리네 관료들과 정치인들의 머릿속에는 ‘전가의 보도’처럼 내려오는 비기가 있다. 바로 ‘기업 팔목 비틀기(혹자는 손목 비틀기라고도 칭한다)’ 신공이다. 정부 차원에서 뭔가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가진 돈이 부족할 때 구사하는 신공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대책을 내놓으면서 또 한 번 그 신공을 발휘했다. 10년에 걸쳐 1조원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하는데 그 돈을 기업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FTA 덕에 기업들이 이익을 보게 됐으니 반대로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촌을 위해 기부금을 내놓으라는 논리다. 정책 입안과정에서 당연히 있어야 할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은 별로 찾아볼 수 없는, 다분히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느닷없이 기부금 ‘고지서’를 받아들게 된 기업들 입장에선 볼 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부는 “상생기금은 자발적 기부로 조성할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기업과 정부, 정치권의 역학관계를 생각해 보면 그 ‘자발성’이란 게 그다지 믿을 게 못된다.

기업들이 이번 상생기금에 전례 없이 강하게 볼 멘 소리를 내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팔목 비틀기 신공을 너무 자주 휘두른다는 점이다.

현 정부 들어서만도 기업들은 창조혁신센터 설립, 재단법인 미르 설립 등에 수백억 원의 기부금, 또는 출연금을 갹출했다. 또 중앙정부만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런 저런 명목으로 기업들에게 기부금 부담을 안기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만든 사회투자기금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들 입장에서 이런 상황은 마치 ‘호의가 반복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어느 영화의 대사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요컨대 “팔목 비틀리는 것도 한두 번이지 내 팔목이 자기 팔목인 줄 아나”라는 것이다. 앞으로 있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다자간 개방협정을 감안하면 이런 걱정은 그저 엄살로 치부할 일만도 아니다. 그 때마다 상생기금의 조성 목표가 커지거나 새로운 기금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 팔목 비틀기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부정적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기업들의 순수한 자발적 사회공헌활동을 상대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는 것이다. 기업들로서는 사회공헌활동에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이 한정돼 있다. 그런데 팔목을 비틀려 여기저기 예산을 쓰다보면 정작 자발적 사회공헌활동에 투입할 수 있는 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끝으로 사족을 달자면 팔목 비틀기 신공은 원래 ‘어린애 팔목 비틀기’라는 우리말 표현에서 유래했다. 그 뜻은 ‘상대의 힘이 너무 미약해 어떤 일을 강요, 또는 강제하기가 수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팔목 비틀기는 신공이라 하기에는 부끄러운, 하지하책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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