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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건설사, 공사원가 공개범위 놓고 갈등 첨예

삼성물산 등 25개 건설사 합리적 개선 촉구 '연명탄원서' 제출
건설사 "수주 경쟁력 악화" VS 금융위 "합의해 놓고 딴소리"

임민희 기자 (bravo21@ebn.co.kr)

등록 : 2015-11-30 17:25

금융당국과 건설업계가 해외수주 원가 공개범위와 핵심감사제 도입 등을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은 건설사들의 잘못된 공사원가 산정 관행을 개선해 투명한 회계처리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건설사들은 해외공사의 수주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강력 반발, 집단탄원서 등 공동대응에 나선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업계와 막판 의견조율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절충 가능성은 열어뒀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상위 25개 건설업체는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에 대해 합리적 개선을 요구하는 연명탄원서를 지난 27일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했다.

건설업계는 탄원서에서 “회계 투명성을 높여 투자자 보호를 강화코자 하는 정책취지는 공감하나, 주요사업장별 중요정보(공사진행률·충당금·미청구공사 등)를 공개할 경우 공사원가(원가율) 추정이 가능해져 공사수주 핵심인 원가정보가 외국업체에 그대로 노출돼 해외공사 수주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업계는 또 “금번 정부대책에 포함된 ‘핵심감사제(KAM)’의 경우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건설·조선 등 수주산업에만 먼저 도입할 경우 타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 뿐만 아니라 부작용 발생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에게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은 조선·건설 등 수주산업의 과다 인식된 장부상 이익이 특정시기(경영진 교체 등)에 대규모 손실로 전환되는 소위 ‘회계절벽’ 발생이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후속조치로 나왔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한국공인회계사회, 한국회계기준원 등 4개 기관은 지난달 28일 회계-공시-감사-감독 등 전(全)부문의 회계신뢰성 제고를 위한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금번 방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회사(사업보고서 제출대상 법인)가 회계부문에서 투입원가율(투입법) 적용시 원가뿐만 아니라 인원과 시간 등 물량단위도 포함해 합리적인 추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회계처리정보를 공시해 적정성 감사를 받도록 했다. 또 매분기 단위로 총예정원가를 재평가해 내부감사기구에 보고해야 한다.

공사원가 등에 대한 공시도 한층 강화됐다. 공사원가를 산정하면서 실제 공사진행에 투입되지 않는 비공사원가를 배제하고, 미청구공사금액의 회수가능성도 분기별로 재평가해 회수가능성 평가금액을 주석에 충당금으로 공시토록 했다.

회사가 핵심감사제를 도입해 감사인이 ‘추정의 합리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감사할 수 있도록 했다. 테마감리 비중도 30%에서 50%로 확대하고, 회계분식 발생시 위반행위별 과징금 부과 등 금전적 제재도 강화했다.

금융당국은 수주산업의 잘못된 공사원가 산정 관행 개선으로 투명하고 합리적 회계처리를 유도해 추정의 오류를 최소화하고, 대규모 손상발생(회계절벽)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회계인프라가 잘 갖춰진 유럽연합(EU)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인 만큼 우리나라가 EU 운영사례를 충분히 모니터링 한 후 전체산업에 동시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기준에 맞춰 회사내부절차·시스템 등을 정비하려면 최소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경과규정(2017년부터 시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조선업계의 대규모 적자로 촉발된 이번 사태로 금융당국이 회계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나선 것은 공감하나 건설업계로서는 수용이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며 “적절한 접점을 찾아 회계투명성 제고와 업계의 부담완화 라는 수용가능한 대안을 찾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금융당국은 금년까지 수주산업 회계처리 지침 등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적용·시행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건설업계와 원만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위 공정시장과 관계자는 “금번 방안은 회계기준원에서 지침을 통해 나가는 사안으로 업계와 의견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업계와 이미 5차례 이상 만났고, 특히 각 회사 CFO(재무담당최고책임자)까지 불러서 의견수렴을 거쳤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당 회사들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법인들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알려줄 의무가 있지만 실상 그렇지 못하다보니 그간 수주산업의 회계투명성 문제가 불거져 왔다”며 “더구나 업계에서 공사원가 공개에 대해 사업자별로 하지 말고 부문별·공정별로 묶어서 하겠다고 해서 이례적으로 수용해 줬는데도 이제 와서 딴 얘기를 하고 있다”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금융위는 특히 의견수렴을 위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조선·건설 상위 5개사의 CFO를 초청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나오지 않다가 이제서야 건설사들이 항의성 집단탄원서를 낸데에 대해서도 강한 불쾌감을 보였다.

그는 “업계와 간담회 등을 통해 절충점을 찾은 게 바로 책임감사제”라며 “투자자 입장에서 제대로 정보를 얻을 수 없지만 사업별로 회계처리가 올바로 됐는지 회사 내부감사기구에 보고해 문서로 남겨두도록 한 것인데 이마저도 금융당국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거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