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 03 | 29
12.8℃
코스피 2,746.63 0.81(0.03%)
코스닥 905.50 4.55(-0.5%)
USD$ 1348.0 -3.0
EUR€ 1452.9 -4.6
JPY¥ 890.6 -1.8
CNY¥ 185.8 -0.3
BTC 99,703,000 763,000(-0.76%)
ETH 5,047,000 53,000(-1.04%)
XRP 876.8 10.8(-1.22%)
BCH 851,400 49,200(6.13%)
EOS 1,551 35(2.31%)
  • 공유

  • 인쇄

  • 텍스트 축소
  • 확대
  • url
    복사

[이의춘 칼럼]정권 전리품 포스코, 박태준이 지하에서 운다

  • 송고 2012.05.16 11:34 | 수정 2012.05.16 11:35

<칼럼>정권 교체때 마다 되풀이된 회장 선임 의혹들 사실로 드러나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진행된 지난 2011년 12월 17일 오전 의장대와 유가족들이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추모 의식을 치른 뒤 현충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1.12.17 ⓒ연합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진행된 지난 2011년 12월 17일 오전 의장대와 유가족들이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추모 의식을 치른 뒤 현충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1.12.17 ⓒ연합

포스코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 제조업에 소중한 쌀(철)을 공급하는 포스코가 현 회장 선임을 둘러싼 정권 실세들의 노골적인 간섭과 경쟁자에 대한 사찰 의혹으로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정권 실세들에게 빌붙어 한몫 챙기려는 떨거지 정상배와 협력업체들마저 준동했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최근 불거진 포스코 지배구조 위기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박태준 전 명예회장을 비롯 이구택 전 회장, 정준양 현 회장을 만나 회장 선임 문제를 논의했다는 의혹에서 비롯되고 있다. 박 전차관이 개입하면서 회장 후보자가 뒤바뀌었다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고대 동문인 천신일 씨까지 개입했다는 이야기마저 나돌고 있다. 참으로 볼썽사납다.

대통령을 팔아 호가호위하는 측근들이 한국경제의 든든한 주춧돌인 포스코를 마구 흔들어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철강업체로 부상한 포스코에겐 참으로 한심한 사태 전개다.

정치권과의 유착 의혹과 루머가 확대재생산되면서 임기를 한참 남겨둔 최고경영진이 소신을 갖고 국내외 산적한 경영을 제대로 챙길 수 있을지 걱정이다.

기자는 현 정준양 회장이나 그와 경쟁했던 윤석만 전 사장 모두 최고경영자로서의 자질과 리더십, 인품, 경력을 갖췄다고 본다. 누가 됐든 포스코를 이끌어가는 데 적합한 리더들이라고 확신한다.

문제는 회장 선임이 정권실세들의 입맛에 따라 좌우된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점. 시중 루머와 일부 언론의 보도대로 박 전차관이 박 전명예회장과 전 현직 회장을 만나 “차기 회장은 누구로 낙점됐다”고 통보했다면 보통 큰일이 아니다. 완전 민영화된 포스코에 대해 정권실세가 최고경영진을 자기네 입맛대로 낙점하려 한다는 그 발상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공기업도 아닌 민간기업을 정권의 전리품 정도로 여기는 후진적 관행과 의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회장 선임 과정에서 박 전차관의 돈줄로 알려진 포스코 중소협력업체 사장이 개입됐다는 점. 구멍가게수준의 협력업체 사장은 박 전차관의 권세에 힘입어 포스코의 물량을 대거 따내 매출이 수직상승하는 재미를 톡톡히 봤다.

포스코가 급격히 흔들리는 것은 창업주 역할을 해온 박태준 전 명예회장이 타계하면서부터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박 전명예회장은 생전에 3공 박정희 정권 이래 청와대와 정치권 외압을 어느 정도 막아주는 바위역할을 했다. 박 전명예회장은 노태우정부 말기 대권에 욕심을 냈다가 김영삼 정부 들어 일본에서 춥고 배고픈 망명생활을 해야 했다.

당시 포스코에 외부 출신이 회장으로 들어오고, 포항 공장에서는 그가 심은 기념식수마저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DJP연합정부에 참여한 후 현 정부까지 다시금 포스코의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외압을 차단해왔다. 그는 타계 직전에 현 정부가 실세 경제관료 출신을 회장에 앉히려는 것에 대해 결단코 반대하며 내부 승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가 타계하면서 포스코는 바람앞에 흔들리는 등불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방치하면 정권의 ‘쌈지기업’이 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불행한 조짐이다. 포스코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 제조업체에 값싸고 품질좋은 철강제품을 제공해왔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한국제조업의 주력산업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포스코의 소중한 밀알역할을 했다. 그런 포스코가 외압으로 흔들린다면 한국 제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포스코가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을 인지한다면 포스코를 더이상 정권의 주머니기업으로 만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포스코의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에 권력실세들이 마구 개입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주주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회장 사장을 밀실에서 낙점한다는 의혹을 받는 것은 후진적인 작태다 실세들이 포스코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철강재 납품과 매각과정에서 특정업체에게 몰아주고, 정치자금 등 이권을 챙긴다면 포스코의 경쟁력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포스코는 외국인 투자자 비율이 절반가량 된다. 이런 초우량 회사를 이권에 눈먼 실세들이 흔드는 것은 외국인들의 ‘셀 포스코’를 부채질할 것이다. 이러면 한국기업지배구조의 후진성을 세계 투자자들에게 자진공개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포스코는 그동안 주인없는 민영화의 성공모델로 각광받아왔다. 특정 산업재벌에 경영권을 주지 않고, 국민주 공모방식을 통해 주식이 분산돼 국민기업으로 성장했다. 민영화이후에도 포스코는 매출및 영업이익 등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우뚝 부상했다.

이번 사태로 포스코의 지배구조 문제점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주인없는 민영화가 이제는 독이 돼서 포스코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다른 재벌들처럼 주인이나 오너가 없다보니 정권 교체기마다 정권의 입맛따라 경영진이 바뀔 수 있고, 정치권과의 유착에 따라 납품업체 선정과 거래물량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포스코의 지배구조를 안정화시키고, 선진화시하는 방안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 회장과 사장 선임 등 지배구조의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 포스코의 장래에 최대 과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해소하는데는 무엇보다 최고경영자가 차기 경영자를 육성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후계자 선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지면 정권의 외압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주총과 이사회를 거수기로 만드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이사회가 제대로 권한을 행사해야 정치권의 추악한 외압을 줄일 수 있다. 포스코는 사외이사가 절반이상 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사외이사들은 여전히 정치권이나 정권의 낙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차기 대선주자로 부상한 안철수 서울대 교수도 현 회장이 출범할 때 사외이사 역할을 했다.

포스코 경영진들도 반성해야 한다. 주인이 없다보니 파벌과 견제가 심하고, 정권과 정치권 에 줄을 대서 보신하거나, 한몫 보려는 행태나 관행이 포스코를 멍들게 만들지 않았는지 자성해야 한다.

대주주 역할을 하는 기관투자가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주주가치 증대와 포스코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정치권 외압을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가 절반이 넘는 포스코에 대해 정치권이 감놔라 배놔라하며 최고경영자 선임을 좌우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포스코의 주주 투자자 가운데는 세계적인 갑부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도 있다.

월가를 주도하는 버핏이 포스코의 구시대적인 지배구조 논란을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스럽다. 버핏이 포스코 주식을 던진다면,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도 포스코와 결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국인이 떠나가면 포스코주가는 급락할 수밖에 없다. 소액주주들에겐 재앙이다.

포스코가 흔들리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세계 철강경기는 최악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상당수 철강업체들이 공급과잉으로 감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적자에 신음하고 있다. 포스코의 영업이익도 격감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비계열사 보유주식을 매각하는 방안까지 나돌고 있다. 포스코가 세계 철강업계의 무한경쟁에서 힘든 싸움을 하는 상황에서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것은 한국철강산업에 엄청난 적신호이다. 한국제조업에도 심각한 악재다.

정치권은 포스코 최고경영자들이 임기를 마칠 때까지 소신을 갖고 경영할 수 있도록 더 이상 흔들지 말아야 한다. 경영진이 임기 도중에 물러나는 불행한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항간에선 포스코 원로들이 현 경영진을 뒤흔든다는 루머도 나돌고 있다. 포스코에 땀과 눈물을 바친 원로들이 후배 경영진 흔들기에 나서는 것이 사실이라면 큰 문제다. 현 경영진을 도와주진 못할 망정 무슨 감투나 떡고물을 더 챙기겠다고 투서나 루머를 확대시킨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현명하게 처신해야 한다.

포스코가 이렇게 흔들리면 타계한 박 전 명예회장이 저승에서도 통한의 눈물을 흘릴지 모른다. [데일리안 = 이의춘 편집국장 jungleelee@naver.com](이의춘 편집국장)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황

코스피

코스닥

환율

KOSPI 2,746.63 0.81(0.03)

코인시세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비트코인캐시

이오스

시세제공

업비트

03.29 18:56

99,703,000

▼ 763,000 (0.76%)

빗썸

03.29 18:56

99,593,000

▼ 804,000 (0.8%)

코빗

03.29 18:56

99,653,000

▼ 831,000 (0.83%)

등락률 : 24시간 기준 (단위: 원)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