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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채용?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에요”

  • 송고 2011.10.06 05:00 | 수정 2011.10.06 09:07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렇게 진지한 표정은 처음 봤어요. 수업 시간에는 그런 모습을 본적이 없을 정도에요.”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현직 교사는 최근 이 학교에서 열린 채용설명회를 마치고 나오는 김형식 대우조선해양 차장을 반기며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도 이렇게 진지하면 좋겠다고 농담을 건네는 이 교사의 말에서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향후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채용설명회가 열렸던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선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도 대우조선의 비전과 고졸 정규직에 대한 처우, 중공업 사관학교를 통해 이뤄지는 직원 교육제도 등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설명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글로벌 선주사들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부호들인 만큼 교육과정에는 유럽 문화를 익히기 위한 다양한 교양수업도 포함돼 있어요. 하지만 여러분은 대우조선의 ‘직원’이므로 대학생들처럼 방학 같은 거 없습니다. 일주일의 휴가만 있어요”라는 김 차장의 설명에 웃음을 터트리면서도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듣고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강남권을 비롯해 목동, 분당 등 속칭 ‘스카이’(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약자를 조합한 단어) 대학에 매년 몇 명 이상 진학시킨다는 고등학교에서는 채용설명회 협조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차장은 “한번은 분당의 한 고등학교에 전화해서 채용설명회를 열고자 한다는 취지를 설명했는데 전화를 받은 선생님은 ‘여기 분당인데요’라며 그런 이유로 전화를 한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전국 2천300여개의 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하며 채용설명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러한 이유로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고졸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기업 관계자가 직접 고등학교를 방문하며 회사를 홍보하고 입사지원을 부탁하는 기업은 대우조선이 유일하다. 하지만 기업이 고졸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우선적으로 고졸 남학생의 경우 병역문제가 걸린다. 대우조선은 입사한 고졸 직원이 군에 입대하면 휴직처리하고 그 기간만큼을 호봉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일반적으로 대기업이 군대 간 직원을 기다린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한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한다’는 국내 정서 상 이름만 대면 다들 알만한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학생들이 이를 포기하고 입사시험을 치른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말이 좋아서 고졸 채용이지 병역 문제도 있고 군대를 갔다 오면 진로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직원들도 있기 때문에 쉽게 추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래도 대우조선이나 되니까 고졸 채용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지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이 고졸 채용에 나선다고 하면 그 결과는 뻔하지 않겠나”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고졸 인재를 채용한다는 말은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데 고졸에게도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것인 만큼 내신이나 수능성적 등으로 검증할 수밖에 없는 고등학생들 중 상위권의 학생들이 대학진학을 선택하고 나면 인재 채용의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은 채용기준보다 입사를 지원하는 학생들의 인성을 중심으로 고졸 인재 채용을 매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우조선은 채용 공고 초기 제출하도록 했던 수능성적표도 의무 제출 서류에서 제외했다.

지금의 모습보다 ‘될성부른 떡잎’을 찾겠다는 대우조선의 이러한 노력은 남상태 사장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본격화됐다는 게 김형식 차장의 설명이다.

김 차장은 “남상태 사장이 업무차 유럽을 방문했을 때 청년들이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도 마이스터고에서 실력을 키워 자신의 꿈을 이뤄가고 있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이후 남 사장은 우리나라도 취업을 위해 대학에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졸 직원을 잘 가르쳐서 실무경험도 쌓게 하면 같은 나이의 대졸 신입들보다 업무능력이 더 우수할 수도 있다”며 “고졸 직원이 대졸 신입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일 경우 그만큼 더 대우를 해주는 것이 당연하고 회사 방침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한 신입 사원은 재교육과 적응에 적어도 2~3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유능한 고졸 직원을 채용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대졸 직원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 김 차장의 생각이다.

또한 등록금 부담이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대학 진학만 생각하던 학생들에게도 대우조선과 같은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김 차장은 “어느 고등학교에서 조선학과 전공을 희망하다 채용설명회 얘기를 듣고 찾아왔다는 한 학생을 만났었다”며 “성격도 활발하고 성적도 상위권이라 그 학교 선생님한테 물어봤더니 이 학생이 집안 사정으로 대학 진학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입장에서는 조선학과 전공을 꿈꾸는 학생이 반가웠을 것이고, 학생 입장에서는 대학 진학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대우조선의 고졸 채용 소식이 반가웠을 것이다.

이렇게 대학 진학 이외의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대우조선과 같은 대기업이 고졸 채용에 나선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도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대우조선을 시작으로 좀 더 많은 기업과 학생들이 학벌을 중시하는 편견에서 벗어나 고졸 채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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