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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부패의 싹이 나라를 망친다

  • 송고 2011.06.16 20:45 | 수정 2011.06.20 09:53
  • 송남석 부국장 (song651@ebn.co.kr)

우리가 전쟁과 빈곤, 가난에 허덕이고 있을 때, 필리핀은 아시아 선진국이었다. 당시 정치, 경제적 위상은 2차대전 이후 재건에 주력했던 일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특히, 풍부한 광물과 천연 및 해양자원에 비옥한 토지 등 천혜의 혜택은 미국의 원조를 만나면서 제조업 성장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최소한 1970년대 이전까지는 아시아 경제를 이끄는 경제 선도국이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창설을 주도한 국가였다.

그 시기 대통령을 지낸 라몬 막사이사이를 기리는 막사이사이상이 만들어졌고 이 상은 아직까지도 아시아의 노벨평화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1966년에는 아시아지역 저개발 문제 해소를 목적으로 출범한 아시아개발은행 본부도 마닐라에 있었다. 이 같은 여건아래 장기적으로 성장 발전할 것 같았던 핀리핀의 영화는 여기까지였다.

이제는 오히려 아시아 빈국 중 하나로 전락하고 말았다. 불과 반세기 만의 롤러코스트다. 국민들은 홍콩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등지에 흩어져 단순막노동을 하거나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이들이 송금하는 돈이 필리핀 전체 GDP의 10%를 넘을 정도라고 한다. 내부 사정도 녹록지 않다. 종교․인종적 갈등과 반군 활동으로 인한 끊임없는 유혈사태는 물론, 정부의 통제권이 미치지 않는 지역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 나가던 필리핀이라는 나라를 이토록 망가뜨렸을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단연, 사회지도층의 부패가 핵심이다. 그 안에는 장기독재와 실패한 경제정책, 부정부패로 점철된 마르코스 전 대통령과 부인 이멜다가 있었다는 사실을 주지의 사실이다.

프레임을 2011년 6월, 대한민국으로 옮겨보자. 1인당 국민소득(GNI)이 2만달러를 넘나들고,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세계 속에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최근엔 ‘K-POP’이 급부상, 인기몰이를 하며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전 세계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바야흐로 국운 융성기에 접어 든 것 같은 화려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대한민국호’를 파멸로 이끌 수 있는 무서운 독소가 사회 곳곳에서 싹트고 만개해 있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게 부정부패, 비리다.

얼마 전, 국토해양부 직원들이 목요일과 금요일에 연찬회를 열고 업체들로부터 향응을 받았다가 총리실에 적발된 데 이어, 환경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드러나 내부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목금 연찬회는 공무원들이 휴양지에서 관련 기업체 후원으로 목·금요일에 연찬회를 갖고 주말에는 골프 등의 향응을 제공 받는 것을 말한다.

공무원들이 연찬회 명목으로 평일 출장을 낸 뒤 정례적으로 모여, 놀았고 그 비용(숙박․회식․교통비 등)을 관련 기관단체나 기업이 대납해왔다는 얘기다. 최근 사회문제로 급부상했던 일부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원인도 결국, 유착과 부패라는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수사 진행과정을 지켜보면, 모든 사안에서 문제의식이나 별다른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던 듯 싶다. 어차피 관례라고 편리하게(?)치부해버리고 말았을테니까.

특히, 그토록 불가하다던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가 대통령의 한마디에 가능해지고, 복지부에 대한 약사회의 깊은 신뢰(?)를 담은 내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공직사회 전반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따갑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에 눈을 뜨는 듯 하다. 뒷북이기는 하지만 다른 실·국들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음 달부터는 아예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을 중심으로 구성된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과 각 부처 감사관 등을 통해 대대적인 감찰에 들어가기로 했다. 오죽했으면 대통령까지 나서 “국민은 (공직 사회 비리 문제가) 이제 한계에 왔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을까.

이 같은 문제는 비단 공직사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민간 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특히, 갑을(甲乙)관계에서 파생된 비리가 대부분이다.

지난주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던진 ‘분노’의 메시지가 화제였다. 이 회장은 사장단회의에서 삼성테크윈 감사 결과에 격노했다. 물론, 이번 비리가 ‘사람 사는 데 있을 수 있는 정도’라며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례적으로 언론에 이 사실을 공개했다. 그만큼 임직원들이 별다른 죄 의식 없이 비리에 연결돼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조직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만큼 일벌백계(一罰百戒)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정, 부패, 비리. 망국(亡國)의 지름길을 안내하는 세 단어다. 50년째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필리핀이나 브라질 등의 국가들이 반면교사다. 앞으로 다가올 50년 후,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GNI) 10만달러를 넘어서는 초 일류국가가 돼 있을까. 아니면 그만그만한, 존재감 없는 작은 나라 수준에 머물러 있을까.

제2, 제3의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가 수백, 수천개씩 탄생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그 날은 부패 척결이라는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돼 경제정의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가능해 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방향타는 고스란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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