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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배라도 갈라야 하나?

  • 송고 2011.03.25 16:35 | 수정 2011.03.26 10:11
  • 박영국 기자 (24pyk@ebn.co.kr)

성경 속 이야기지만 기독교 신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솔로몬의 재판´이라는 일화가 있다.

아이 하나를 가지고 서로 자신의 아이라 주장하는 여인들에게 솔로몬 왕은 아이를 둘로 나누어 반쪽씩 주라고 명령했고, 한 여인은 이를 받아들인 반면, 다른 여인은 아이를 죽이지 말고 차라리 상대 여자에게 줄 것을 간청했다.

이에 솔로몬은 아이를 살려달라고 한 여자가 진짜 아이의 어머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진정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 처음엔 의도적으로 아이를 둘로 가르라는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사실, 솔로몬의 재판 일화는 하도 많이 인용돼 진부하기도 하지만, 회사를 잘 키워 보겠다는 최대주주의 결정에 2대주주가 딴죽을 거는 일에 대해서는 이만큼 적절한 비유를 찾기 힘들 것 같다.

현대상선은 ´선박투자 확대 등 긴급한 투자재원 마련을 위한 미래 자본 확충의 필요성에 대비한다´는 명분 하에 우선주 발행한도를 8천만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25일 주주총회에 상정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을 필두로 한 범현대가의 반대의 부딪쳐 표결 끝에 출석주주 3분의 2(66.7%)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했고, 정관 변경안은 부결됐다.

국내 해운산업의 양대 중심축 중 하나인 현대상선은 앞으로도 당분간 대규모 선대 확충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게 됐다는 의미다.

최근 해운업계는 대형 컨테이너선의 대규모 발주를 통해 규모의 경제와 에너지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라인은 지난달 대우조선해양에 1만8천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0척을 발주했으며, 최대 20척의 옵션에도 합의했다.

독일 함부르크-수드는 최근 현대중공업에 9천6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발주했으며, 홍콩 OOCL도 삼성중공업과 1만3천TEU급 발주 협의를 진행 중이다.

대만 에버그린은 지난해 삼성중공업에 8천TEU급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한 데 이어 자국 조선소와 추가 10척 발주를 추진 중이다.

이처럼 해외 경쟁사들이 덩치를 키우고 있는 사이 현대상선은 지난 3년 여간 선대 확충에 거의 나서지 못하며 하염 없이 뒤처지고 있다.

채권단과의 재무구조개선 약정 문제와 현대건설 인수전 등으로 보수적인 경영을 진행하느라 2008년 이후 현재까지 신규 발주된 선박이 거의 없는 것.

2008년 147척이었던 현대상선 운영 선대는 2009년 162척으로 늘었으나, 여기서 증가분은 모두 용선으로, 실제 선박 투자는 전무했다. 2010년도 164척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

선박 사이즈 측면에서도, 최대 1만8천TEU급 선박이 발주되고 있는 마당에 현대상선이 보유한 최대 선형은 8천600TEU급에 불과하다.

하루라도 빨리 자금을 확보해 투자에 나서야 하는 게 현대상선의 당면 과제이며, 이번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도 그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물론, 항간의 지적처럼 ´범현대가 지분 희석을 통한 경영권 방어´도 우선주 확대 목적의 하나로 의심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지난해 말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더 이상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는 의지를 보였던 범현대가가 지금 와서 현대그룹 측의 경영권 방어 움직임을 견제하고 나서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더구나 현대상선이 상정했던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 규모는 상식적인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현재 현대상선의 전체주식 대비 우선주 발행한도는 7%로, 다른 대기업들에 비해 크게 낮고, 이번 정관 변경안이 승인된 이후에야 다른 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인 25%대로 올라간다.

현대중공업 측은 이번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 저지에 대해 "재무적 관점에서 주식가치 하락을 우려해 반대한 것이고, 경영권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현대가의 현대상선 경영권 야욕´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은 부계 성(姓)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정(鄭)씨로부터 갈라져 나와 현(玄)씨에게 옮겨간 사업체를 정씨 일가의 품으로 되찾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통속적인 생각에 근거한다.

기왕이면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 끈을 고쳐 매지 않는´ 센스를 보여줬으면 좋았겠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거 "경영권과 무관하다"는 현대중공업 측의 주장이 사실이길 믿고 싶다.

최소한 ´반으로 갈라도 좋으니 저 여인이 데려가는 꼴은 못 보겠다´는 솔로몬의 재판 일화 속 악녀와 같은 모습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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