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내 한 해운기관의 내부 분석자료를 접한 기자는 적잖이 놀랐다.
영국 해운조선 분석기관인 클락슨의 통계를 분석한 이 자료에는 세계 최고를 자부해 온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신조선 미인도율이 한 수 아래로 치부했던 중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신조선의 발주취소 및 인도연기는 국가적으로 중국, 선종별로는 벌크선에 집중됐다는 것이 일반의 상식으로, 이 기관의 분석자료는 이 같은 상식을 뒤집고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인도가 예정됐던 우리나라의 신조선 596만5천DWT 중 실제 인도된 신조선은 393만9천DWT로, 미인도율이 34%에 달했다. 단순 계산으로 인도가 예정됐던 10척 가운데 3.4척이 이런 저런 이유로 인도되지 못한 것이다.
반면, 중국은 예정했던 549만9천DWT 중 493만9천DWT가 인도돼 미인도율이 10%에 그쳤으며, 일본은 예정된 260만2천DWT 보다 오히려 많은 269만6천DWT를 인도해 미인도율이 -4%를 기록했다.
선종별 우리나라의 미인도율은 벌크선이 50%로, 2척 중 1척이 인도되지 못했으며, 탱커(23%)와 컨테이너선(28%)의 미인도율도 경쟁국들을 앞도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미인도율이 급증한 이유는 호황기의 높은 발주가와 선복 과잉이다.
금융위기 이전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많은 신조선을 높은 가격에 수주했던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
여기에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금융기관들이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중단하면서 중소 조선사들이 따 낸 신조선 계약이 발효되지 못하고, 급기야 무산된 점이 우리나라의 미인도율이 치솟은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이에 반해 중국은 조선업계와 해운업계를 아우르는 국가차원의 성장정책에 금융지원이 더해져 상대적으로 낮은 10%의 미인도율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인 국제 조선∙해운시장에서 금융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주 기초적인 상식에 통한다.
지난 10년간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하다 중국에 밀려 2위로 전락한 지금이야 말로 선박금융 등 글로벌 한국조선의 기초체력을 재점검해 볼 때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