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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베이징호 승선기] 해상왕 장보고의 꿈과 함께 미래로 ㊦

  • 송고 2009.10.20 05:00 | 수정 2010.04.29 13:37
  • 조슬기나 기자 (seul@ebn.co.kr)

한진 베이징호 브리지에서 선장(右측 첫번째), 1항사, 2항사, 3항사, 조타수 등 한진해운 직원들과 중국 도선사(右측 두번째)가 양산항 입항 준비를 하고 있다.

한진 베이징호 브리지에서 선장(右측 첫번째), 1항사, 2항사, 3항사, 조타수 등 한진해운 직원들과 중국 도선사(右측 두번째)가 양산항 입항 준비를 하고 있다.

(부산·상하이=조슬기나 기자)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한진 베이징’호에 탑승한 선원들은 한번 배를 타면 6개월가량 이 곳에서만 생활하게 된다. 이 때문에 컨테이너 아래 5~6층 규모의 선실에는 선원들의 생활을 위한 대부분의 것들이 갖춰져 있다.

강의실과 휴게실, 도서실, 식당은 물론이고, 체력단련장과 미니 사우나룸도 있다. 침실에는 침대와 책상, 옷장, 샤워시설, 미니냉장고가 갖춰져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강의실, 브리지, 식당, 휴게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강의실, 브리지, 식당, 휴게실

당직과 3교대 근무 탓에 선장과 기관장을 포함한 23여명의 해상직원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게 쉽지는 않지만, 가끔 ‘회식’도 한다. 그때마다 휴게실 옆 텔레비전은 ‘노래방’으로 변신한다고.

오전 7시, 낮 12시, 저녁 6시에 나오는 식단 또한 육지에 있는 여느 식당보다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회, 삼계탕, 양념통닭 등에서부터 김치, 계란말이, 멸치볶음 반찬들까지 수석조리장의 솜씨가 발휘되기 때문.

성부경 기관장은 “예전에는 일하기에만 바빠서 선내 복지나 보건, 안전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제는 승선환경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승선환경이 좋아졌다 하더라도, 육지에 있는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을 터. 배를 타고 전 세계 곳곳을 누비는 고독한 바다사나이들은 모두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승선생활의 어려움을 꼽는다.

해가 지자 하늘과 바다를 나누던 수평선이 하나로 합쳐지며, 사방이 암흑으로 변했다. 보이는 것은 하늘을 수놓은 반짝이는 별들, 배와 부딪치며 흰 물결을 뱉어내는 거친 파도뿐이다.

‘망망대해(茫茫大海)’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르는 순간. 저 멀리에서 작은 불빛들이 조금씩 배 형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먼 바다에서 친구가 될 법도 한 이들의 존재가 한진 베이징호로서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듯하다. 조업 중인 어선과의 충돌을 피해야하기 때문에 항해사들로선 늘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야만 한다.

전인범 선장은 “항해법 상 상선이 어선들과 충돌할 경우,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며 “야간에 항해를 할 때는 물론, 어망지역을 지날 때는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선장 5년차를 맞이한 전인범 선장은 본인의 어깨에 달린 ‘4개의 황금줄’(견장)이 상징하는 책임감이 때로는 무겁기도 하다며 미소 지었다.

출항한지 20여시간이 가까워오자 드디어 한진 베이징호도 중국대륙에 다가섰다. 배 안의 시계들은 동시에 한국보다 1시간 빠른 중국시간에 맞춰졌다.

작은 어선들이 늘어져있는 어망지역을 통과하다보니 한진 베이징호는 당초 궤도보다 돌아가는 우회항로를 택했다. 시야에 보이는 어선만도 수십척. 망원경을 든 김성재 1항사를 비롯, 브리지 근무자들의 표정에는 사뭇 진지함이 감돈다. 기관실에서도 입항을 앞두고 엔진점검 등 작업에 여념이 없다.

중국 도선사(아래사진 오른쪽)의 인도를 받으며 양산항 선석에 다가서는 모습.

중국 도선사(아래사진 오른쪽)의 인도를 받으며 양산항 선석에 다가서는 모습.

“여기는 한진 베이징호. 도착 예정시간은 12시입니다. (THis is Hanjin Beijing. ETA(:Expected Time Arrival) 12:00.)"

심효상 3항사가 상하이항과 교신을 주고 받을 즈음, 한진 베이징호의 시야에는 어선이 아닌 자동차운반선, 컨테이너선들이 여기저기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상하이 양산항에 가까워졌다는 게 실감나는 순간.

양산항 입구에서 중국 도선사가 파일럿보트를 통해 한진 베이징호에 올라탔다. 도선사의 안내로 한진 베이징호는 황색 바다를 헤치며 갠트리크레인 수십 개가 일렬로 늘어진 양산항으로 서서히 다가간다. 배의 속도는 다시 10노트대로 떨어졌다.

선석과 나란히 선 한진 베이징호가 수평을 유지하며 그 거대한 몸을 선석에 붙이자, 바로 앞 갠트리크레인은 하늘로 뻗어있는 붐대를 서서히 내렸다. 하역작업을 위해서다.

한진 베이징호는 이곳 상하이항에서 약 12시간에 걸쳐 하역 및 선적작업을 진행한 후, 유럽을 향해 출발한다. 상하이항에서 20피트 컨테이너 850여개를 내리고, 유럽으로 갈 새로운 화물을 실을 계획이다.

다음 기항지는 닝보다. 닝보, 싱가포르, 포트사이드(이집트), 발렌시아(스페인)를 거쳐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기까지, 총 56일이 걸린다. ‘한진 베이징호의 대장정’은 이제 겨우 하루를 지나, 본격적인 막을 연 셈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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