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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털어낸´ 네이버에 대한 유감

  • 송고 2009.01.28 14:27 | 수정 2009.01.29 09:12
  • 박영국 기자 (24pyk@ebn.co.kr)

1999년 군 제대 직후 인터넷 포털 ´다음´에 가입한 게 인터넷 생활의 시초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민간인 생활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트렌드에 맞출 필요가 있었고, 당시 다음의 ´한메일´은 앞서가는 민간인들의 필수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개인용 PC의 인터넷 시작 페이지는 ´다음´에서 ´네이버´로 바뀌어 있었다. 인터넷 포털의 기능이 무료 이메일과 검색 기능에서 벗어나 ´지식검색´, ´카페´, ´블로그´, ´뉴스´ 등으로 확대됐고, 그런 트렌드에 가장 잘 적응한, 어쩌면 그런 트렌드 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포털 사이트가 바로 네이버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상당수의 포털 이용자들 사이에서 공통된 것이었고, 네이버가 지난 수년간 포털 사이트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통계가 이를 증명해 준다.

하루에도 수만 건씩 생산되는 기사 중 네이버 초기화면 뉴스박스에 꽂히는 기사만이 다수의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었고, ´모르면 네이버에 물어봐´라는 유행어까지 생겨났다.

이처럼 IT강국 대한민국의 인터넷 문화를 이끌어오던 네이버의 1위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연초부터 뉴스 방문자수에서 경쟁사인 다음에 왕좌를 내준 것.

이는 올해 초 단행된 네이버의 초기화면 개편과 무관하지 않다.

사실, NHN 측에서 자평하듯 개편된 네이버 초기화면은 분명 예전보다 ´깔끔´해지고 ´심플´해졌다. 중복되는 메뉴는 과감히 털어냈고, 특정 매니아층만 이용하는 콘텐츠는 깔끔하게 접어 넣어 필요한 사람만 펼쳐볼 수 있게 한 점도 마음에 든다.

그러나 네이버가 주도해 왔고, 지금의 네이버를 있게 한 요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골라주는 뉴스´ 기능이 사라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얼핏 들으면 포털이 뉴스 편집에 여론이 수동적으로 이끌려가는 행태를 경계한 것이라는 설명에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이는 네티즌들에 대한 지나친 과소평가에서 비롯된 판단 착오다.

그동안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이 인터넷 여론을 이끌어왔다는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물론 특정 사안에 있어 포털이 선택한 기사가 왼쪽이냐 오른쪽이냐에 따라 인터넷 여론의 방향도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인터넷 상에서 여론을 형성하는 건 뉴스 자체가 아닌 뉴스에 달린 댓글이다. 그곳에서 왼쪽의 생각과 오른쪽의 생각을 가진 이들이 모여 서로 토론하고 반박하며 여론이 형성돼 왔다.

포털이 제공하는 뉴스는 이같은 여론 형성의 무대 역할을 할 뿐이다. 포털이 선택한 뉴스가 오른쪽의 방향성을 지녔다고 해도 거기에 달린 댓글의 상당수가 왼쪽이라면 여론 형성은 왼쪽으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네이버가 초기화면을 개편하면서 도입한 뉴스캐스트는 이런 여론 형성의 장을 없애버렸다. 예전에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네이버 뉴스 페이지 내에 만들어진 특정 기사 아래 모여 토론을 가졌지만, 지금은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고, 그곳엔 더 이상 다양한 생각을 가진 토론 상대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지금도 네이버 뉴스 페이지에서 제공되는 기사에는 댓글 기능이 살아있지만 뉴스박스를 통하지 않은 만큼 예전처럼 수천, 수만 개의 댓글이 달린 경우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네티즌들이 원하는 여론 형성의 장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자신의 댓글이 두루 읽힐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들로 하여금 바뀐 서비스에 빨리 적응하라고 강요하는 건 네이버의 지나친 오만이다.

결국 네티즌들의 선택은 네이버를 떠나는 것뿐. 다음을 비롯한 대부분의 포털 사이트는 여전히 예전의 네이버와 같은 형태의 뉴스박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년 간 익숙해 있던 인터넷 시작 페이지를 바꾼다는 건 집 주인의 등쌀에 밀려 그다지 맘에 안 드는 새 집으로 이사 가는 것만큼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겠지만 이미 주변에서 네이버와의 작별 사례가 속속 들려온다.

어쩌면 인터넷 세상에서 들려오는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막다 못해 칼을 들고 덤벼드는 현 정부 하에서 네이버의 ´뉴스캐스트´는 포털 사이트 뉴스 서비스의 모범 답안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불쌍한 네티즌들은 더 이상 이사 갈 곳조차 없어질 테니 앞으로 어딜 가서 인터넷 여론을 살펴야 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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