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 03 | 29
4.8℃
코스피 2,745.82 9.29(-0.34%)
코스닥 910.05 1.2(-0.13%)
USD$ 1350.0 -1.0
EUR€ 1458.3 -4.5
JPY¥ 892.2 -0.5
CNY¥ 185.9 -0.3
BTC 100,700,000 1,433,000(1.44%)
ETH 5,074,000 10,000(0.2%)
XRP 894.7 10.8(1.22%)
BCH 819,000 36,900(4.72%)
EOS 1,556 22(1.43%)
  • 공유

  • 인쇄

  • 텍스트 축소
  • 확대
  • url
    복사

´달인의 시대´는 가고 인디라이터 뜨는 이유

  • 송고 2008.09.24 14:29 | 수정 2008.09.24 14:48

최근 인터넷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블로거들이 책을 묶어 내거나, 평범한 사람들이 자서전을 쓰기도 한다. 일반인을 상대로 한 글쓰기 교실이 늘고, 이에 관련한 책들도 속속 출간되고 있다. 이런 책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 쓴 책들이다. 이런 책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이른바 ‘인디라이터’(Independent Writer의 준말)들이 예전보다 부쩍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디라이터는 전문 작가도 아니고, 어느 단체나 조직에 속해 있지도 않으면서 홀로 저술 작업을 하는 이들이다. 이 인디라이터를 위한 전문 강좌가 열리기도 하고, 교보문고는 인디라이터 발굴을 위한 북 카페도 열었다. 이러한 흐름을 특집으로 다루는 신문매체도 많아졌다.

인디라이터의 활동중 가장 최근에 활발해진 것 가운데 하나는 아무래도 자서전 쓰기다. 흔히 자서전 하면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힐러리나 오바마, 잭 웰치, 간디 등등 말이다. 하지만 최근의 자서전은 평범함을 생명으로 한다.

예컨대 누구의 엄마이거나 청소부라는 일상생활이 더 강조된다. 유학에 성공한 사람들, 작은 점포로 자영업의 꿈을 이루거나, 심지어 공모전 수상을 통해 입사에 성공한 이들도 자서전을 쓴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우선 사회적인 요인을 생각할 수 있겠다. <개그콘서트>에서 “16년 동안, ...해 오신~”으로 시작하는 ‘달인’이라는 꼭지는 전문가 시대의 종언을 담고 있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실력을 닦은 달인 즉, 전문가라고 해서 막상 자세히 보니 곧 엉터리임이 드러난다.

비전문가라고 여겨지는 이들, 즉 생활의 달인을 다룬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UCC(손수제작물)도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누구라도 대중적인 인기를 끌 수 있는 사진 전문가이고, 작가이며, 영상 제작자로 데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 다음으로는 인간 본연의 본성이 사회의 변화와 맞물리는 점을 들 수 있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스스로 의미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의미 있는 존재로 남고 싶어 한다.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사고와 행동을 추구한다. 그것을 통해 무엇인가 빚어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탄생하는 것이 ‘문화’다. 종교, 사상, 문학 그리고 건축과 예술품은 의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산물이다. 그런데 인간은 그 의미추구를 혼자만 담아 두려하지 않는다. 다른 이들과 소통 공유하면서 다시금 의미를 확인하고, 평가받으면서 자아 존중감을 높이려 한다. 또한 무엇인가 의미 있는 행동을 했다는 평가를 더 추구한다.

이 때문에 표현의 욕구는 표현할 매개체를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러나 과거에는 이러한 표현의 매개체는 전문가라는 이들이 독점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존 전문가들은 매개체를 가졌음에도 복잡다단해지고 다양화된 사람들의 욕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말았다.

오히려 복잡 다양해진 일상에서 전문가들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상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이 일상에서 겪는 수많은 경험과 그에 따른 성찰은 오히려 전문가의 수준을 넘어버렸다. 이제 비전문가들도 자신들의 표현 매개체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 상에서 1인 미디어라 불리는 미니 홈피와 블로그는 그들의 경험과 성찰을 담아내면서 수많은 이들과 소통하려 한다. 또한 인디라이터들의 출판들도 마찬가지로 의미의 소통과 공유라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의 전자북 출판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를 통해 무엇보다 읽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고 쓰는 사람이 읽는 사람이 된다.

물론 그들이 전문가들보다 글쓰기 테크닉이 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과 진정상은 충분히 그것을 뛰어넘는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분야나 선망하는 분야에서 이미 앞서간 사람들의 진솔한 경험과 지혜다. 더구나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서 알 수 있듯이 대중들은 생것, 날것에 주목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꾸며지거나 연출을 한 것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인 것을 원하는 것이다. 사투리 열풍이나 촌티가 대중문화 트렌드를 이룬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이 팔아먹기 위해 작위적으로 제작한 콘텐츠가 아니라 진실이 담긴 콘텐츠를 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대중심리 때문에 출판사나 매체기획팀들이 인디라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단지 이러한 역설적인 상품성 때문에 주목해야만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들의 삶 하나하나가 우리의 역사이며, 하나의 문화컨텐츠이기 때문이다. 나를 되돌아보고 나를 향해 쓴다는 것은 단지 과거와 현재의 자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다른 이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우리 한명 한명의 이야기가 모여 거대한 스토리텔링이 되고, 방대한 문화적 유산으로 축적된다는 문화 자율과 주체적인 심리가 인디라이터 현상에 담겨 있기도 한 것이다.[김헌식 문화평론가]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황

코스피

코스닥

환율

KOSPI 2,745.82 9.29(-0.34)

코인시세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비트코인캐시

이오스

시세제공

업비트

03.29 05:59

100,700,000

▲ 1,433,000 (1.44%)

빗썸

03.29 05:59

100,633,000

▲ 1,528,000 (1.54%)

코빗

03.29 05:59

100,602,000

▲ 1,402,000 (1.41%)

등락률 : 24시간 기준 (단위: 원)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