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숙적 삼성에 의해 자신의 영역을 침공(?)당했다.
여의도가 어떤 곳인가? 국회의사당과 주요 방송·언론사, 금융기관 등이 밀집된 서울의 중심지 중 하나다. 하지만 그곳의 ´맹주´는 따로 있다. LG는 80년대 이곳에 터를 잡은 이래 20여년간 ´맹주´로 군림해 왔다.
1987년 여의도 동편에 들어선 34층짜리 쌍둥이 건물(LG트윈타워)은 LG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입주한 본부이자 LG의 상징물이었다. 오죽했으면 야구단 이름도 LG트윈스였겠는가.
적어도 이 건물이 위치한 마포대교 남단, 여의나루로 불리는 지역은 누가 뭐래도 LG의 영역이었다(사실 그곳엔 LG트윈타워를 제외하면 아파트 단지 뿐이다).
지하철역 입구 광고판은 항상 LG전자의 차지였고, 63빌딩이 보이는 방향으로 몇 개만 한화에 내줬을 뿐이다.
인근 아파트 상가 내 음식점에는 하나같이 ´사랑해요 LG´라고 쓰여진 마크가 붙어 있다. 하긴 매일 점심시간마다 트윈타워에서 수천 명씩 쏟아져 나와 매출을 올려 주니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 그곳을 라이벌인 삼성이 파고들었다. 그것도 LG 직원들의 주요 출퇴근 루트 중 하나인 여의나루역을.
여의도 벚꽃축제 준비가 시작될 무렵부터였던가. 여의나루역은 삼성에 의해 점령당했다.
물론 지상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느낄 수 없다. 역사 입구에는 여전히 LG전자의 ´휘센´ 에어컨과 ´트롬´ 세탁기 광고판이 붙어있다.
하지만 지하를 내려가 보라. 계단 많기로 악명높은 여의나루역 지하 곳곳에는 벚꽃나무를 배경으로 수십 대의 TV 사진이 붙어있다. LG전자의 ´엑스캔버스´였다면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삼성전자의 ´파브´ 로고가 선명하다.
광고판 한두 개도 아니고 벽이며 기둥이며 아예 도배를 해 놓았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진짜 도배다.
LG전자 직원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걷더라도 오르내리는데 5분 이상 걸리는 여의나루역을 지나는 내내 울며 겨자먹기로 경쟁사 제품 광고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 측의 주장대로 단순히 여의도 벚꽃축제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었을까?
사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여의도의 맹주´ LG로서는 두고두고 굴욕이 아닐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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