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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영과 ´쾌도 홍길동´의 같은 점은?

  • 송고 2008.01.11 15:21 | 수정 2008.01.11 15:21

시각적 자극만 난무...기표만 아니라 기의의 향연도 필요

드라마 <쾌도 홍길동>은 껍데기의 향연이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사회적 배경과 홍길동은 하나의 기표일 뿐이다. 기표와 기의의 불가분성을 생각할 때 그렇다고 기의(記意)가 충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껍데기의 향연이다. 그 껍데기의 향연은 코믹과 재미를 주지만, 진실성과 그 속의 의미를 찾은 이들에게는 공허감을 준다.

<쾌도 홍길동>은 드라마가 아니다. 코스튬 플레이 드라마라고 볼 수도 없다. 특정캐릭터를 모사하기 보다는 각종 문화기호들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문화기호의 복합화는 만화의 특징이다. 그간 만화 같은 작품들이 꾸준히 제작되어왔다.

이전의 작품과 어떤 점이 다를까? <쾌도 홍길동>은 만화적인 상황에서 좀 더 나아가 아니라 문화기호들의 만화적 형상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철저하게 만화 문법에 따라야 호응을 받을 수 있는데, 그것은 극화도 아니고 명랑만화다. 이 때문에 <쾌도 홍길동>을 두고 퓨전사극이라고만 할 수 없다. 정통사극과 단순히 구분한다면 <쾌도 홍길동>의 특성을 규정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왕의 정전은 영화 <천년유혼>에나 등장할 여성들이 들어차 있다. <쾌도 홍길동>의 무대장치와 패션은 조선과 중국의 혼전이다. 기녀와 무사들의 복장은 무협지 코드다. 격구와 골프가 결합하고, 가마와 자동차가 조합된다.

홍길동에 서유기의 손오공 캐릭터가 드러난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허영만의 <날아라, 슈퍼보드>를 연상하게 만든다. 일단 <날아라, 슈퍼보드>는 서유기를 모태로 했다.

중국 당나라를 배경으로 해야 할 <날아라, 슈퍼보드>에는 삼장법사라는 고전적인 캐릭터에 자동차, 서양식 가구와 집, 슈퍼 보드, 뿅망치, 선글라스 등이 등장한다.

서양과 동양, 고대와 현대를 가로지르는 가운데 수많은 문화기호들이 접합된다. 이러한 면에서 보자면, <쾌도 홍길동>은 <날아라, 슈퍼보드>를 닮았다. 물론 <날아라 슈퍼보드>는 만화니 재미있다.

그 이전에 <날아라 슈퍼보드>는 일본 만화 <드래곤 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요컨대 <쾌도 홍길동전>에는 <홍길동전>, <날아라 슈퍼보드>, <드래곤 볼> 여기에 각종 무협 환타지물이 뒤섞여 있다.

그 뒤섞임은 철저하게 만화적이다. <쾌도 홍길동>의 근간은 만화적 상황이나 말법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려 한다. 코믹스 드라마에 동의하는 시청자에게는 재미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쾌도 홍길동>은 그야 말로 황당한 이야기다.

허균의 홍길동전에 충실한 작품을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쾌도 홍길동>은 원전과는 관계가 거의 없다. 홍길동이라는 이름만 제외한다면, 알 길이 없을 정도로 원전에 대한 훼손(?)이 심하다.

명랑만화에 역사적 사실이나 정치 제도와 시스템 고증의 정확성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다만 재미와 즐거움만 유도하면 된다. 팩션이나 각색의 수준을 벗어나 역사적 사실과 원전에서 모두 자유로운 <쾌도 홍길동>은 어디서 본 듯한 문화 기호들의 난무만 있다.

애초에 역사에 관련된 사실이나 정보들은 만화적 나열이나 접합 수준에 머물고 만다. 기표(記標)적 오리지널테이션 (Original + adaptation)은 상상력의 극치를 구가하는 것이 이러한 장르의 특성이다.

다만, <쾌도 홍길동>의 서사구조는 단순하고, 단순한 서사구조를 관통하고 있는 정서는 약자의 좌절과 슬픔, 그것의 쿨한 승화정도다. 여기에 쿨한 승화에서 <환상의 커플>에서 등장한 나상실을 둘러싼 연민과 감정이입의 정서가 코믹스러움과 함께버무려진다. 기의(記意)적 오리지널테이션은 부차적이다.

기표적인 혼합에만 치중해 평가하면 훌륭한 작품이 되고 만다. 하지만 자칫 홍길동 기표만 차용해 팔아먹는 셈이 될 수 있다. 그것은 홍길동의 기의-작품적 골간을 너무 가볍게 만드는데서 드러나기도 한다.

진지한 극화가 아니라 명랑 만화에서는 거대 구호나 담론은 간략화 된다. 큰 명분에 고뇌하는 <대왕 세종>이나 <이산-정조>, <왕과 나>는 소설적 텍스트일 뿐이다. 이런 사극에 머리가 무겁다면 홍길동에 주목할 만도 하다.

홍길동이 지니는 대의명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으로 내려간다. 조선사회 자체의 모순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은 홍길동에게 고리타분하다. 어쩔 수 없이 정치적 역학구도에 휘말릴 뿐이다.

의적 홍길동이 아니라 쾌도 홍길동이라는 제목을 단 이유도 된다. 의적에는 공공적 의미가 담겨 있다면, 쾌도는 개인적인 자아충족의 의미가 강하다. 썩어빠진 나라를 갈아 업고, 백성을 구한다는 거창한 명분이 아니라 결국 홍길동에게는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방법 제일 중요하다는 대중적 인식을 홍길동조차 반영하고 있는지 모른다.

명분에 달뜬 열정의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 그 속에서 남은 것은 문화기호들의 융합으로 벌어지는 시각적 자극의 향연이다. 그이상도 그이하도 <쾌도 홍길동>에 바랄 바가 아니다. 그럴 때 허경영 전략과 <쾌도 홍길동>의 전략은 다를 바가 없다. 둘 모두 실체없는 감각적 기표들의 포퓰리즘적 향연이라면 지나친 평가일까.[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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