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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노동과 경영

  • 송고 2024.04.29 06:00 | 수정 2024.04.29 06:00
  • EBN 유재원 외부기고자 ()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대표변호사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대표변호사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대표변호사

노동은 근로자에게 주어진 영역이고 경영은 사용자에게 주어진 성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노동권이 사회권으로서 헌법과 개별법에서 보호하는 내용대로 최대한 존중받고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우리나라 반세기를 주도한 노동법 실무로 형성되어 왔다. 근로자들은 점차 인간으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보호 대상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반면 사용자(사업주)로서도 경영 보국을 외치면서 근로자들에게 최대한의 경영성과에 협조하기를 기대하거나 압박해 온 것도 사실이다.


더 나아가 근로자들은 노조 활동으로 집단적인 힘을 형성하였고 사업자는 규제로 작용하는 노동법령에 대하여 인사노무관리라는 경영기법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노사 각자는 각자의 영역에서 ‘노동’과 ‘경영’의 고유영역을 사수하기에 이른다. 결국 근로자는 노동과 관련하여 임금, 근로 시간, 휴가, 복리후생 등에 큰 애착을 가져온 반면, 사용자는 경영과 관련하여, 투자금, 자본, 매출, 이익, 생산성, 조직개편 혹은 구조조정 등에 관심을 쏟았다.


이쯤 되면, 사회 일각에서는 노사 간의 대립과 갈등을 끝내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언론에서도, 노사가 상호 존중하며 상생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역지사지하라고 하면서 우리 사회 전체 부(common welth)를 키워 호혜 하자고 설득한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사회 캠페인에 그칠 뿐 노사 모두에게 공허하다.


근로자들은 사용자들에게 “이익을 나눠라”, “그만 착취하라”라고 도전하고 사용자들은 근로자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져라”, “성과급에 맞는 성과를 내라”라고 대응한다.


이쯤 되면, 근로자들은 없어도 되는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하고 사용자들은 (혹시) 나오지도 않는 “이익”을 나눠야 하는 상황에서 서로에게 불신과 반목을 쌓게 된다. 노사 양측은 모두 사회에 “왜 나에게 역할을 바꾸라고 하는가”라고 따지고 든다.


그런데, 노동과 경영이 결코 따로 있지 않다는 획기적인(?) 사례들이 등장했다. 경영과 노동이 혼재되거나 그 이상으로 융합되어 큰 효과를 본 사례들이 있다. 노동은 경영자처럼 일하고, 경영은 성실한 근로의 가치에 의존하는 사례들이다.


JAL항공은 일본의 국적기 운항사로서 상장폐지와 도산 위기를 겪었다. 인력과 예산은 10배 가까이 늘었으나 수십 년간 적자였고 만성적인 사기 저하로 이미 회생이 어렵다고 평가받았다. 이에 이나모리 가즈오는 인생 80년 평생 오로지 창업자, 경영자의 인생을 살아왔고, JAL 회장으로 회사와 노동자를 모두 건져내기 위하여 긴급 투입되었다. 그는 무지하고 무 관련했다. 항공 관련 업무 경력 0년, 그는 당연히 항공업계를 몰랐고 그간의 경영방식을 고수할 것이라고 비난받았다. 언론에서는 마치 그가 “불 속의 밤”을 꺼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나모리 회장은 아무런 보수 없이 “회사를 5년 안에 살려보겠다”라고 선언하였고, 실제로 3년 만에 JAL을 흑자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 그 이유는 아메바경영이라는 것에 있었다. 아메바가 그 생체조직을 잘라내도 거기서 리더와 몸체가 나뉘는 것에서 착안하여, 각 소부서를 모두 각자의 운영체계와 성과공동체로 만들었다.


그는 취임 일성에서 “인간은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그것을 실현한다. 근로자들이 각자 긍정적인 자세로 열의에 찬 노력을 벌인다면 회사는 살릴 수 있다”라고 선언하였다. 그는 경영과 인사관리, 조직 등과 관련한 비효율 부서를 모두 정리했다.


도쿄대 출신으로 가득한 회장 직할 경영부서를 통폐합시킨 후 조종사, 승무원, 정비공 등에서도 임원을 발탁하여 경영 중책을 같이 논의하게 하였다. 이 경영방식은 개개 근로자들에게 마치 책임경영을 하도록 일임하는 것으로 평가받았고 경영하는 근로자들은 회사를 탈바꿈시킨다.


이후 아메바 경영은 다른 회사에서도 모범사례가 되어 파트별 근로자들 주도로 회생(자력갱생)하는 시도가 재현되었다. 이 실화는 드라마 <한자와나오키>에도 등장하는 사례인데, 주인공 은행원 ‘한자와’는 은행에서 자금을 대주는 조건으로 경영진과 근로자들에게 책임있는 자세를 당당히 요구한다.


그는 “제국항공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현장의 사원들은 모두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하늘을 지켜온 긍지를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아직 희망이 있는 이유는, 현장에 계신 한분 한분이 땀 흘려 일해온 전통 때문입니다”라고 선언하면서, 근로자들이 주체적으로 선전하여 회사를 기사회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처럼 JAL의 아메바경영 신화는 경영과 노동이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신념에서 비롯한 것이고 실제로 놀랄만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이미 경영자들은 “일하는 사람이 바로 사장이다(혼다 회장)”, “회사는 누구나 일한다. 중역은 10배, 사장은 100배를 일하라(도시바 회장)”라고 했었던 바다.


그 경영자들은 ‘나(경영)와 당신(노동)이 다르지 않다’라고 하면서 솔선수범하는 경영 마인드를 회사 근로자들에게 적절히 전파하였고, 근로자들도 대오각성하여 자신의 근로가 결국 경영에 직결되는 것을 절실하게 수용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근로의 가치는 근로자 개인의 존귀함을 각인시키면서 회사라는 공동체에 있어서 경영의 성과로 나타나는 것임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한편, 또 이런 이야기도 있다.


‘배짱이 천국’, ‘유토피아 일터’, ‘괴짜 회사’로 악명(?)이 높은 미라이공업 사례다. 엉뚱한 회사 같지만 미라이공업은 일본 전역의 전기, 전력 등 산업 분야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견실하고 이름난 중견기업이다. 일본 최고의 경상이익률을 내는 회사이며 혁신적인 경영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기존의 사업을 유지하면서도 신규 특허출원에 열을 올리고 창조적인 제품에는 전 직원이 앞장서서 뭐든지 시도하는 독특한 기업 캐릭터를 가졌다. 4대째 운영하는 야마다 회장은 스스로 회장이나 사장으로 불리는 것도 싫어하고, 그냥 같이 일하는 사람에 불과하다고 자평한다.


이 회사에는 인사관리라는 개념은 없으며 따로 인사 부서를 두지 않지만, 근로환경이 무척 독특하다. 1) 연봉은 타 회사보다 10% 상당 높은데 휴일은 연간 140일이고 2) 정년은 70세이지만 계속 근무가 가능하며 3) 정리해고는 해본 적이 없고 4) 육아휴직은 3년이며 5) 5년마다 경력에 따라 장기휴가(해외여행)나 안식월을 부여한다. 6) 근로 시간은 1일 7시간이고 연장근로는 없으며 7) 업무할당량, 업무보고는 없으나 근로자들이 서로 협의하여 성과를 공표하면서 향후 생산량을 책정하고 있다.


이쯤 되면 직원들의 낙원(樂園)이자 유토피아(Utopia)라고 불릴만하다. 야마다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일하는 사람이 주인인 회사이기를 바란다. 우리 근로자들은 자기와 회사를 위해 일하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근로와 경영이 혼재된 회사 운영을 고수하고 있다.


근로자의 노동이 바로 회사의 경영이 되는 셈인데, 이 독특한 ‘(근로자 주도) 유토피아 경영법’은 전 세계적으로 경영기법으로서 뿐만 아니라 근로환경과 노사관계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미라이공업(未來工業)은 대부분의 제품을 신제품으로 출시하면서 전기·건축산업에서의 신기술, 신소재에 많은 혁신을 창조하고 있는데, 그 주축이 바로 근로자들의 연구(창의)에서 비롯한다는 것이 놀라운 부분이다.


물론 일본의 중견기업으로서 연공급제와 종신근로제로 인하여 인원 구조의 정체(停滯)가 올 수도 있겠으나, 미라이공업은 이러한 경영방침을 포기하지 않는다. 사람은 노예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경영주는 각자의 근로자들을 또 하나의 소기업으로 대우하고 각자에게 “부끄럽지 않겠다”, “놀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있다.


‘근로자가 일하면서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준다’는 발상은 마치 유토피아에 가깝다. 야마다 사장은 “근로자도 사람입니다. 채찍은 필요 없고 당근을 계속 줘야 사람들은 일합니다”라고 단언하면서 이 회사에는 경영이라는 게 따로 없다고 당당히 선언한다.


이쯤 되면 각자의 근로는 경영이 되고 있기에, 회사 경영(Business)은 단지 근로자들이 ‘노동을 통해 인생의 최고가치를 실현하는 것(니체)’을 조력하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 미라이 사례는 경영학에서 근로주도의 경영, 유토피아 경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데, 그간 경영에서 인력을 관리하면서 이익극대화에 노동을 재화로써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의 가치가 회사경영을 전면에서 이끌도록 유인하도록 한 성공례로 평가받고 있다.


다시 돌아와서 보자. 근로자는 노동을 하고, 사업주는 경영을 한다.


경영의 최우선 목적인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노동의 성과가 필수재이고, 근로의 최우선 목적인 자기계발, 근로환경개선, 일생활양립 등을 위해서는 최고 수준의 경영이 필요하다. 미래의 노동에 관하여, 심리학자 허즈버그는 근로환경의 요인보다는 근로 자체의 동기(성취감·인정·책임감·자기성장)를 육성해야 한다고 하였고 변호사이자 미래학자 대니얼 핑크는 지식근로자에게는 단지 보상 외에도 반드시 자율성(autonomy)을 전폭적으로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근로자에게 경영의 이념을 심어 준 JAL사례, 경영자에게 근로자의 주체적인 생각(발상·관념)에 의존하게끔 한 미라이공업 사례 등을 보면, 결과적으로는 노동과 경영이 마치 하나의 목적(공동 부의 호혜)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융복합적인 발상을 통하여 노동과 경영은 일심의 동체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선진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미래적이고 이상적인 노동관, 상생하고 후생하는 경영이념이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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