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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지원에 등골 휘는 은행권, 건전성 우려

증안·채안 펀드 조성에 20조, 3조5000억 규모 초저금리 이차보전대출에 부담 가중
0%대 금리시대 수익성 악화로 NIM 하락 전망만 1조…안전관리 연체율도 악화 우려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등록 : 2020-03-25 10:56

▲ 올해 은행권에 수익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융지원을 계속 늘리고 있어 건전성 악화 우려도 제기된다.ⓒ연합

은행권이 정부와 금융당국의 독려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전 방위 지원에 동참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은행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올해 은행권에 수익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융지원을 계속 늘리고 있어 건전성 악화 우려도 제기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정부가 주도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 기조에 발맞추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요동치는 금융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채권안정펀드(채안펀드),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조성 등에 합의했다. 두 펀드는 각각 10조원 이상으로 조성될 전망이다.

이 같은 펀드 조성에 은행권이 상당한 수준의 기여를 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사가 중심이 돼 자금을 조성하고 대형 증권사들이 조력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지주별로 2조원씩 출자하는 방안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에 대한 금융지원 부담도 있다. 시중은행들은 금융위 등과의 실무 협의를 통해 당장 다음 달 초부터 3조5000억원 규모의 이차보전 대출을 초저금리(1.5%)로 소상공인 등에게 제공해야한다.

금융당국은 아울러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정책금융기관들의 유동성 지원 효과가 유지될 수 있게 여신회수를 자제해달라고 시중은행들에 요청했다. 이들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도 당부됐다.

소상공인 등에 대한 전 금융권 차원의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또한 주요 은행권이 주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안정위원회(FSB)의 최근 권고에 따라 건전성 규제 유연화를 추진해 시중은행 등 은행권의 더욱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피해 기업 등에 대한 지원이 은행의 자본건전성과 경영 실적에 대한 평가, 담당직원의 내부성과 평가 등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면책조치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예정된 지원 외에도 은행들은 이미 상당한 규모의 금융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시중은행은 지난 한 달여 동안 2조원에 달하는 금융지원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2일 금융위원회에서 진행된 '금융상황 점검회의'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민간 금융사에서 총 1조8454억원(1만8120건)의 금융지원을 실행했는데, 이중 1조7896억원이 시중은행에서 집행됐다. 시중은행은 신규대출 7107억원(1만669건), 만기연장 및 원금상환유예 1조458억원(3008건), 금리우대 332억원(96건) 등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금융지원이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경우 은행의 수익성은 물론 건전성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이 영업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대출에 부실이 생길 경우 은행 건전성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는 은행 순이자마진(NIM)과 대손비용률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시중금리 하락 및 대출 믹스 변화 등에 따른 NIM 축소와 가계소득 감소와 부실 기업 증가에 따른 상황여력 감소로 인한 대손비용률 상승이 예상된다.

이어 "기본 시나리오 상에서 NIM은 0.15%포인트 하락, 대손비용률은 30% 증가를 예상, 이에 따른 이익 감소 영향은 20% 내외 수준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0%대 기준금리도 은행 수익 전망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앞서 한국은행은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낮춰 역대 최저인 0.75%로 결정했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가 0.5% 포인트 내려가면 각 은행별 예대마진을 포함한 순이자마진(NIM)은 0.06% 포인트 낮아지고, 순이익은 2000억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대 시중은행에서만 올해 총 1조원 이상의 순이익 감소가 예상되고 있는 셈이다.

연체율 증가도 우려 요소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으로 은행권 지원이 몰린 곳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인데, 이들 기업이 매출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으면 대출 상환에도 차질이 생기게 되고 결국 연체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지난 1월까지 은행권은 연체율을 적절하게 관리해나갔다. 16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연체율은 0.41%로 지난해 2월보다 0.04%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각각 0.54%와 0.33%로 모두 지난해 동기보다 0.03%포인트 떨어졌다.

문제는 앞으로 코로나19 충격이 반영될 경우, 연체율이 높아지는 등 건전성 악화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수록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은행권의 대손비용률이 2008년 글로벌 위기 수준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나온다. 당시 수준인 0.74%로 상승한다고 가정할 경우의 올해 은행 전체 순익은 약 1조6000억원, 총 자산수익률(ROA)는 0.07%로 하락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로 대기업 위기였고, 지금은 잠재된 위험 요인의 시작점이 중소법인·자영업자라는 점에서 모든 은행에 대해 그때와 동일한 대손비용률의 가정은 설득력은 낮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금융지주사들은 당초 예정한 사업확장 계획을 최소화하고 내부 리스크 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등 비상대응에 총력을 쏟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말부터 조용병 회장이 줄기차게 제시한 해외 영업점 확대 등 글로벌 프로젝트를 상당부분 보류하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이른바 'C-레벨 회의'를 지주 차원에서 매일 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손태승 회장이 위원장을 맡는 비상경영대책위원회를 가동했다. 대책위는 '마켓 센싱팀'을 만들어 대내외 위기를 감지하고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NH농협금융지주는 NH농협은행을 중심으로 경기침체를 감안한 보수적 조달 운용 관리, 외화 차입수단 다변화 등 비상조달운용계획을 실시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윤종규 회장 중심의 비상경영위원회를 조직했고 하나금융지주 역시 위기상황관리협의회를 구성해 대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