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20년 03월 30일 15:27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코로나 직격탄 정유업계, 화학 키운 덕에 최악 모면

정제마진 -23달러 역대 최저…"이런 시황 처음, 수요 자체가 없다"
원료가 급락으로 합성수지 시황 개선…2025년 연료수요 정점 전망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등록 : 2020-03-23 15:12

▲ 에쓰오일 RUC ODC(잔사유 고도화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 설비.

정유업계가 코로나19 사태로 역대 최악의 석유 시황을 맞고 있지만 그나마 그동안 꾸준히 화학 비중을 높여 온 덕분에 최악은 모면했다는 평가다. 석유 수요 정점이 예상보다 빠른 2020년대 중반에 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유업계의 화학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정유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 실적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정제마진이 최근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3월 4째주 SK이노베이션 기준 한달 레깅 복합정제마진은 전주보다 8.2달러 하락한 배럴당 마이너스(-) 23달러로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달 레깅 마진은 국내 정유업계가 통상 원유 수입부터 제품 판매까지 소요되는 한달 가량을 감안한 것이다.

고도화설비에서 생산된 제품의 마진을 뜻하는 크랙(crack)마진을 보면 배럴당 나프타 -29.6달러, 휘발유(옥탄가 92) -27.7달러, 경유(황함량 0.05%) -15.3달러, 등유/항공유 -22.4달러, 벙커C유(황함량 180) -24.9달러 등 모두 최악의 마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연초부터 최근까지 누적마진(YTD)은 전년동기 대비 모두 30~40% 하락했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렇게 안좋은 시황은 처음 겪어 본다. 이전에 안좋았을 때는 수요라도 있어서 버텼는데 지금은 수요 자체가 없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모르지만 진정된다 해도 한동안은 사람들 움직임 자체가 없어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그나마 석유화학사업을 고도화하고 비중을 높여 완전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3월 4째주 한달 레깅 기준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가격은 톤당 269달러,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가격은 톤당 359달러, 폴리프로필렌(PP) 가격은 339달러이다.

제품별 올해 누적마진(YTD)은 전년동기 대비 HDPE 20% 증가, LDPE 18% 증가, PP 3.4% 증가했다. 특히 선행지표인 스팟마진은 전주 대비 5~9% 증가했고, 한달 전 대비로는 40~60% 증가했다.

원료인 나프타와 기초유분 가격이 급락했고, 중국의 코로나19 상황 호전으로 수요가 조금씩 되살아난 덕분으로 분석된다.

정유업계가 나프타와 기초유분 생산에 그쳤다면 석유 시황과 마찬가지로 최악에 머물렀겠지만 합성수지사업까지 진출함으로써 이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의 화학계열사인 SK종합화학은 연간 HDPE 21만톤, LDPE 18만톤, PP 39만톤을 생산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완공한 RUC·ODC(잔사유 고도화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 설비를 통해 PP 40.5만톤, PO 30만톤을 생산하고 있으며, GS칼텍스는 PP 18만톤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화학계열사를 통해 합성수지 생산은 없지만 방향족(벤젠·톨루엔·벤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 차, 비행기는 안타도 생필품은 구매할 것"이라며 "정유사업이 워낙 안좋은 상황에서 그나마 화학사업이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석유 수요 정점이 조기에 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앞으로 정유업계의 화학사업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세계 에너지 기관들은 자동차 연비 개선과 전기차 보급 확대 영향으로 2024년에서 2025년 즈음에 휘발유와 경유 수요가 정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석유화학용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