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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살롱] 금융감독 철학, 법률상 한계 극복하려면

윤석헌의 금융철학 현실에 정착 시킬 '상인적 현실감각' 필요해 보여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20-02-12 17:15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연합

예술과 철학은 당대에는 외면받는 대표 분야다. 혁신자의 독립된 사고와 날선 비판, 그리고 낯선 화두는 기존 시대와 화합하지 못했다. 현재가 나아가야할 새로운 방향까지 제시하기 때문에 기존 세력들은 강한 저항감을 드러낼 때가 많았다.

혁신가는 공동체 내에서 '불온'한 인물이 되며, 반대에 부딪혀 좌절하기도 했다. 물론 혁신가는 태생적으로 저항을 받는 숙명을 갖는다. 불화를 빚지 않고 등장하는 새로운 전진은 가능하지 않다.

이쯤에서 오버랩되는 금융권 인물이 있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다. 윤 원장은 기존 수장과 다른 금융감독 철학을 천명했다. 과거 수장들이 시장 친화적이거나, 출세 지향적 리더십을 보였다면 윤 원장은 학자 출신인데다가 되레 철학자에 가깝다.

그는 교수 시절부터 금융정책(행정기구)과 금융감독기능(독립기구) 분리를 주장해왔고 금융업자(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수요자) 중심으로 시장 질서가 바뀌는 대전환을 꿈꿨다.

새로운 꿈은 필연적으로 기존 모든 것들과의 결별을 시도한다. 50년 가까이 성장 가도를 달리던 금융산업이 조건화된 기존 인식을 깨부수는 단계에 들어섰다.

2년전 취임 당시 윤 원장은 "금융사와 전쟁을 해야 할 상황"이라면서 앞으로의 금감원의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윤 원장이 선택한 단어 '전쟁'에 대한 시장의 저항감은 상당했다. 사업자 중심으로 돌아가던 금융권은 '소비자 보호'를 명분 삼아 등장한 윤 원장에 당혹감을 표했다.

시장에서는 금융권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할 게 아니라 만일의 부실 리스크와 불완전 판매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을 내비쳤다.

윤 원장 철학이 관철된 대표 사건은 키코 사태다. 국정감사 때 윤 원장은 "은행이 위험을 알면서도 수출기업에게 위험을 피할 기회를 주지 않고 파생 계약을 맺었다"고 "당시 피해기업들은 제대로된 항변을 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평소 키코 사태를 금융사기에 가깝다고 인식해온 윤 원장은 2017년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시절에도 금융위에 키코 재조사를 요구했고, 취임 직후 키코 문제를 원점에서 재조사하라고 지시해 현재 은행들을 설득하고 있다.

금감원과 시장의 충돌은 지금부터 거세진다. 해외금리 파생결합펀드(DLF)사태가 금융권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30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DLF사태 책임을 물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 처분을 결정했다.

▲ 김남희 EBN 증권팀장ⓒEBN
윤 원장은 속히 이를 결재했다. 앞서 지난해 12월30일 우리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다음달 임기가 종료되는 손태승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한 상태였다. 손 회장은 금감원에 맞서 행정소송을 검토 중인 현재 새로운 우리은행장을 선임했다.

반대쪽의 금감원은 즉시 추가 제재를 암시했다. 지난해 초 지주사로 전환해 내부등급법 적용, 신사업 인허가 승인 및 대주주 변경 승인 금융당국의 지원이 필요한 우리금융으로선 고민스럽다. 그 속에서 금융사업자와 금융감독자 간의 문제인식 간극이 너무도 커 보인다.

DLF 사태와 관련해 은행들은 DLF 판매는 영업 현장에서 발생한 특수한 상황(불완전 판매) 일뿐 관련 법령이 CEO에 대한 제재를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항변한다. 이와 관련해 CEO 징계를 가능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는 점도 현재 규정으로 제재를 하기에는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법령 세세한 근거를 들이대기보다 경영자로서의 총체적 책임을 묻고 있다. DLF 상품 취급과 판매 및 KPI(업무성과반영) 등 일련의 퍼즐들이 최고경영자의 영향력 강화로 귀결된다고 판단해서다.

이렇듯 낡은 관행(DLF 등 수익성에 몰두한 불완전판매)과 새로운 인식(소비자적 금융)의 뜨겁게 충돌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윤 원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도 사실이다. 소신을 찾아보기 힘든 금융권에서 윤 원장의 뚝심은 금융감독제도 완성을 위한 것으로 호평된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쪽에선 개인 소신과 철학이 금융감독 행정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전 감독보다 사후 검사 및 징계에 주력한다는 지적도 들린다. 이같은 갈등 본질적 문제는 감독철학 제시와 행정 전개 속도와 달리 법률적 시스템 마련과 금융권 인식 축적 과정은 더욱 길고 지난하다는 점이다. 철학은 시대를 앞서고, 법률은 후행적으로 정비·보강되기 때문이다.

윤 원장 모습에선 시대와의 불화를 겪는 철학자·혁신가의 숙명이 엿보인다. 윤 원장의 감독 철학을 미화하자는 게 아니다. 어쩌면 윤 원장은 금융사 실적 만능주의란 우상을 깨고 금융사와 금융소비자들이 공존하는 세상을 염두하는 건 아닐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금감원장 윤석헌'이 만들어가고 있는 금융감독이 현재 금융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가 거쳐야할 혁신이 있다면, 이것을 어떻게 하면 현실에서 성공시킬까 하는 '상인적 현실감각'이 필요해 보이는 요즘이다. 지도자의 새로운 철학은 너무 일찍 세상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의 철학이 금융 현장에 충분히 흡수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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