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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법 없다는 은행에 금융당국 "내부통제, 기초이자 상식"

16일 금감원 제재심, DLF 판매한 우리·하나은행 징계수위 결정
"내부통제는 스프링클러, 작동하지 않으면 대형 참사로 이어져"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20-01-16 14:31

16일 금융당국 관계자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야기한 은행에 "전 국민이 믿고 찾는 은행 지점에서 버젓이 상식이 붕괴됐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DLF 사태처럼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안은 기관이든 개인이든 주의(경징계)로 끝나는 경우는 없는 데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제재 수위를 놓고 큰 틀에서 합의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오전부터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일으킨 DLF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제재심의 최대 쟁점은 은행 최고경영자(CEO:손태승 우리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한 제재 수위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지어야 하는 손 행장 입장에선 제재수위를 경징계로 낮춰야만 한다. 함 부회장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후 유력한 차기 회장후보로 거론된다.

금감원은 제재심에서 지배구조법 시행령 및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안'을 근거로 CEO의 내부통제가 작동되지 않았다 점을 주목하고 있다. 작동되지 않은 내부통제 때문에 사회적 파장이 큰 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현행 지배구조법 빈틈을 보완하는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안은 2018년 발생한 삼성증권 배당 사고 이후 도입됐다. 이 제도의 골자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될 것'을 강조한다. 내부통제가 형식적 통제에 불과할 땐 금융기관 최고경영자와 이사회에 책임을 묻도록 한다.

반면 은행들은 내부통제 미흡에 대해 일부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징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상품 불완전판매와 같은 일상적인 사고가 CEO와 직결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DLF 논란을 일으킨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했기 때문에 지배구조법으로는 제재할 수 없다며 근거 법조항이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판례적으로 제재 대상이 직접 행위자가 아닌 감독자로 판단되면 제재 수위를 한 단계 떨어진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들은 또 금융사에서 일어난 불완전 판매마다 CEO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새로운 경영도전을 이행하는 혁신금융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철저히 원칙에 입각했다. 모든 기업이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타인의 돈을 맡아 굴리는 금융사는 상대적으로 더욱 강한 선관주의 의무를 요구받는다는 측면에서 금융당국은 은행에 대해 강한 책임을 묻고 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은행 상품위원회 심사를 받지 않은 위험한 상품이 판매됐고, 위험성 교육은커녕 성과지표만이 판매 기준이 됐다. 심지어 사고 문건을 삭제·은폐해 내부통제 개선에 대한 노력은 찾을 수 없었다"고 질타했다.

그는 “은행은 법을 운운하기에 앞서 내부통제라는 경영의 기초와 상식부터 지켜야 한다”면서 "스프링클러가 제때 작동하지 않아 대형 화재참사로 이어진 사고들을 생각해보라"고 지적했다.

DLF 판매 통해 은행이 얻은 수익도 미미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수익이 작던, 크던 금융사고가 생겼으면 해당 금융사가 책임지는 것은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은 중대한 만큼 두 차례의 제재심이 열린 끝에 최종 제재 수위가 정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회적 파장이 크다보니 제재 수위에 대한 금융위와 금감원의 협의가 도출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DLF 분쟁조정위원회는 은행 본점 차원의 과도한 영업과 내부통제 부실이 대규모 불완전판매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상품판매에 치중한 업무성과평가(KPI) 및 판매 캠페인을 고려하면, 경영진이 몰랐을 리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번 제재심은 내년 3월 손 회장의 지주 회장 임기를 두 달여 앞두고 열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함 부회장은 이달 말 임기가 끝나 내년 말까지 임기가 1년 연장된 상태다.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정직) △해임권고 등 다섯 단계다. 문책경고 이상이 중징계로 분류된다.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잔여임기를 수행할 수 있지만 이후 3년간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재직할 수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증권 배당사고 이후 내부통제 강화가 금융권에 공론화됐다"면서 "하지만 DLF 사태를 통해 금융기관이 여전히 내부통제를 가볍게 여기는 측면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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