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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경 LG 명예회장, 책임경영 도입한 '혁신 전도사'

1988년 21세기를 향한 경영구상이라는 변혁 방향 발표
1990년 2월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인간존중 경영 선포

최수진 기자 (csj890@ebn.co.kr)

등록 : 2019-12-14 14:01

▲ 1990년 6월 구자경 LG 명예회장(가운데)이 금성사 고객서비스센터를 찾아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격려하고 있다. ⓒLG그룹
향년 94세로 14일 별세한 구자경 LG 명예회장은 LG그룹 2대 회장으로서 혁신을 이끌어왔다.

구 명예회장은 개방과 변형이 소용돌이치는 1980년대를 겪으면서 국경 없는 국제 경쟁을 예견하고 스스로 경영혁신 방향 수립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1988년 21세기 세계 초우량기업으로 도약을 목표로 한 '21세기를 향한 경영구상'이라는 변혁 방향을 발표했다.

이는 사업전략에서 조직구조, 경영스타일, 기업문화에 이르기까지 그룹의 전면적인 경영혁신을 담은 것이다.

특히 이 사업전략에는 회장 1인의 의사결정에 의존하는 관행화 된 경영체제를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선진화된 경영 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자율과 책임경영'을 절대절명의 원칙으로 내세웠다.

구 명예회장이 주창한 자율과 책임경영은 고객과 사업을 잘 아는 전문경영인이 권한을 갖고, 자율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며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다. 그 당시 LG 내부에서도 재계에서도 선뜻 실행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경영체제 개념이었다.

구 명예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1990년 2월 '고객가치 경영'을 기업 활동의 핵심으로 삼은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인간존중의 경영'을 선포했다.

구 명예회장은 경영혁신 활동이 선언적으로 그치지 않도록 직접 혁신 전도사 역할을 자처했다. 일일이 임직원들을 만나 경영혁신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이해시켰다.

2년에 걸쳐 그룹 전 임원 500여명과 오찬 미팅을 가졌고, 어느 해에는 1년 동안 현장의 임직원들과 간담회 형태의 대화 자리를 140여차례나 가졌다.

고객 목소리도 직접 청취하기 위해 LG전자 서비스센터를 비롯해 LG가 사업하고 있던 분야에서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고객의 목소리를 들었다.

구 명예회장은 현장에 갈 때 마다 "고객의 입장에서 듣고 생각하라. 이것이 혁신이다"라는 말을 항상 강조했다.

아울러 사내 문서 결재란에 '고객결재' 칸을 회장 결재 칸 위에 만들고, 회의실 마다 '고객의 자리'를 마련하면서 고객의 의견을 최고로 존중하겠다는 문화를 만들어갔다.

구 명예회장은 1992년에 혁신의 바람이 LG를 넘어 국내 경제 전반에 퍼질 수 있도록 LG의 경영혁신활동을 구체적으로 소개한 '오직 이 길밖에 없다'를 집필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혁신의 풍토가 한국 기업 전반에 뿌리내려 치열한 경쟁적 토양이 형성될 때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LG의 혁신활동 경험이 경쟁사를 비롯한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타산지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구 명예회장의 이 같은 행보와 열정은 LG에서 전문경영인 경영 방식이 조기에 정착되고 나아가 LG가 국내 대기업 최초로 순수 지주회사 체계를 구축해 선진화된 지배구조와 투명경영의 근간을 마련하는 데 문화적 토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구 명예회장은 1994년 중앙대학교로부터 국내 기업인들 가운데 고객경영의 효시가 된 점이 높이 평가받아 '참 경영인賞' 수상자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