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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싸는 외국계 보험사…'항복' 선언할 다음 차례는

저금리·저출산·고령화 여파, 미국계 우량보험사 푸르덴셜 매각 선택
메트라이프·AIA 등 또 다른 외국계 보험사 한국 철수 여부도 '주목'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9-12-01 12:00

▲ 푸르덴셜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의 한국 시장이 포화됐다는 판단에서 매각을 고민하고 있다.ⓒEBN

외국계 보험사의 '한국 엑소더스(대탈출)'의 시작일까.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초우량보험사로 꼽혔던 푸르덴셜생명마저 최근 매각을 선택했다. 성공적으로 매각을 완료하면 한국 진출 30년만의 사업 철수가 된다.

한때 외국계 보험사의 한국 법인은 최고경영자(CEO)의 '승진 지름길'이란 별칭을 지닐 만큼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저성장·저금리 지속과 시장포화 속에서 국내 보험사들과의 경쟁을 포기하는 외국계 보험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량기업 푸르덴셜생명마저 매각을 선택하면서 시장의 시선은 동종 외국계인 메트라이프(미국계)와 AIA생명(홍콩계), 라이나생명(미국계)로 모아진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은 최근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 한국 푸르덴셜생명 매각 작업 검토에 들어갔다. 푸르덴셜파이낸셜은 미국 100% 자회사를 통해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1989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푸르덴셜생명은 전반적인 보험업황 부진에도 올해 상반기에 당기순이익 1050억원을 달성하는 등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644억 ▲2017년 1760억원으로 이는 생보 최대 호황기 2007년 당기순이익 908억원의 약 두배에 이른다.

이런 높은 실적은 푸르덴셜생명이 보장성보험(종신보험)을 공략한 데다, 30년간 유입되고 있는 계속보험료 영향으로 풀이된다. 푸르덴셜생명은 고성장기인 2004년 금융감독원 '보험사 자산건전성 현황' 조사에서 '부실자산비율 0%'로 평가받을 만큼 내실경영에 주력하면서 보장성 계약을 쓸어 모았다.

푸르덴셜생명 핵심상품 보장성 보험은 주로 종신보험 및 건강보험으로 사차익(예상 보험금과 실제 지급보험금 차이로 발생하는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이 결과 보험사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도 505%에 이른다. 이는 금융당국 권고치(150%)는 물론 업계 평균(296.1%)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보장성상품을 업력 30년간 판매해오다 보니 금융당국도 푸르덴셜생명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돼도 자본 확충 부담이 적고 견실한 보험사로 간주한다. 저축성 보험 비중이 적어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상품에 대한 이자 부담도 타사보다 상대적으로 가볍다.

이처럼 우량한 중견 생보사 푸르덴셜생명이 매각을 검토 중인 배경으로 국내 보험시장의 포화가 꼽힌다. 국내 보험사들과의 경쟁 틈바구니에서 종신보험과 연금보험 위주로 성장해 온 푸르덴셜생명이 틈새시장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한국 시장의 변화에 새롭게 적응하기 위해선 추가 비용(투자·시간)을 감내해야 해서 셈범이 복잡해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국 보험시장이 한 때 외국계 보험사에겐 아시아지역 '노른자'였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면서 "해외 본사에서 낮은 금리에 들여온 달러를 운용해 자산을 불리며 재미를 보았지만 길어진 국제적 저금리에 한국에서의 사업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영업마저 예전같지 않다는 점도 사업 철수를 부추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시선은 다른 외국계 보험사를 향하고 있다. 이들 보험사 상황도 푸르덴셜생명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외국사의 연쇄 이탈 가능성도 관측된다는 게 보험업계의 관측이다.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의 경우 계속사업보다 매각을 통한 투자 수익 달성이 매력적이라면 언제든 회사를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계 메트라이프생명과 홍콩계 AIA생명 등에 대한 매각설은 여전히 시장을 멤돌고 있다. 특히 메트라이프의 경우 줄어드는 신계약 실적에도 불구하고 고배당 정책을 유지해 2016~2017년새 총 1000억원에 가까운 배당을 실시했다. 중국으로 매각된 옛 알리안츠생명과 유사한 사업철수 프로세스를 연출해왔다.

AIA생명도 부진한 실적 탓에 매각설에 꾸준히 시달린다. 야심차게 선보인 건강증진형 '바이탈리티'에 대한 투자 대비 실적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KB금융과 우리금융이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판단에 냉정한 외국계가 매각을 결단하면 보험업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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