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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의 세상돋보기] 현대차 그랜저가 말하는 요즘시대 성공의 방정식은

이상엽 전무 "내장의 자신감 밖으로 확장"

박용환 기자 (yhpark@ebn.co.kr)

등록 : 2019-11-20 11:11

과거 성공의 대명사로 불리던 ‘그랜저’가 파격적인 변신으로 돌아왔다.

수입자동차가 정말 드물었던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살아온 세대는 그랜저하면 ‘최고의 차’라는 인식이 아직도 머릿속에 저편에 각인돼 있다.

특히 1995년도 초에 방영되며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모래시계에 등장했던 소위 ‘각 그랜저’는 큰형님(?)들만의 전유물로 남성 호르몬이 한창 분비되던 사춘기 소년들에게는 로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랬던 그랜저가 파괴적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을 정도의 변화로 재등장했다.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LED 헤드램프, 히든 라이팅 타입의 주간주행등(DRL)이 일체형으로 적용된 전면부 디자인은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며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새로운 옷을 입었다.

단연 전면그릴은 6세대 부분변경 그랜저의 ‘시그니처’이며 앞으로 나올 다양한 모델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전면과 함께 쿠페형의 날렵한 디자인은 각 잡혔던 양복을 벗어던지고 산뜻한 캐주얼 정장으로 갈아입은 듯한 모습이다.

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취임과 함께 산업시대의 상징인 양복을 벗게 하고 자유분방한 옷차림을 대대적으로 허용했던 것의 자연스런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과거 그랜저가 가진 중후한 무게감을 잊지 못하는 세대에서는 현재의 변화가 조금은 낯설게도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사전계약 신기록을 달성했다.

19일 출시한 ‘더 뉴 그랜저’는 지난 4일부터 18일까지 영업일 기준 11일 동안 사전계약 3만2179대를 기록했다. 기존 6세대 그랜저가 사전계약 14일 간 기록했던 2만7491대를 4688대 차이로 훌쩍 넘어섰다.

출시 전에 미디어나 인터넷 카페, SNS 등을 통해 조금씩 전해졌던 그랜저의 파격적인 혁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될 결과로 보인다.

그만큼 그랜저가 가진 사회적인 유의미 또한 시대흐름에 따라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시대에 그랜저는 사회적인 성공을 일컫는 대명사라고 하기에는 힘이 많이 빠진 것이 사실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의 고급 수입차와 그 이상 몇 억씩하는 롤스로이스 등도 강남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차들이다.

현대차 안에서도 ‘제네시스’ 브랜드가 생기면서 그랜저의 존재감은 예전만하지 않다.

그렇지만 그랜저의 헤리티지는 버리기 아까운 현대차의 큰 자산이다. 그래서 현대차는 ‘그랜저는 성공’이라는 방정식을 요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어쩌면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 전무의 말에서 그 실마리를 끄집어낼 수 있다. 19일 출시행사에서 이 전무는 “내장에서 디자인으로 시작해 안에서의 자신감을 밖(외장)으로 확장했다”라고 말했다.

그랜저의 실내는 고급스런 소재와 하이테크 기술의 각종 편의 장치가 조화를 이룬 리빙 스페이스로 탈바꿈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12.3인치 클러스터(계기판)와 12.3인치 내비게이션이 연결돼 있어 시원한 느낌을 준다. 손이 닿는 곳은 가죽과 그 외 고급 소재를 사용해 승객의 만족도를 높였다.

그랜저의 파격적인 외모가 가능했던 것은 이처럼 실내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인 기준에서 1등부터 꼴등까지 순위가 매겨지는 산업시대의 성공의 가치가 이제는 자신의 만족이 우선의 가치로 변화하고 있는 시대다.

김풍 웹툰 작가겸 크리에이터가 그랜저의 출시를 직접 알렸던 것도 같은 선상이다. 그는 그랜저가 말하는 성공의 가치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1993년 중학교 3학년 때 그랜저는 성공의 대명사로 아버지도 그랜저를 꿈의 차로 생각했다”라며 “‘찌질의 역사’ 웹툰이 저의 대표작인데 소위 말하는 사회적 성공은 관심이 없었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관심을 뒀다”고 말했다.

그랜저 출시 행사로 첫 데뷔 무대에 오른 장재훈 현대차 국내사업본부 부사장은 “과거 그랜저가 성공의 대명사였지만 이 시대 성공의 의미는 스타트업으로 뛰어들고 히말라야 등반 등 버킷리스트에 도전하는 등 다양해지고 있다”라고 변화한 성공의 가치를 언급했다.

그랜저가 쓰고 있는 새로운 성공방정식은 시장에서 대폭발을 일으키고 있다. 3040 고객이 전체 사전계약 고객의 절반을 넘는 53%에 달했다. 어릴 적 그랜저하면 성공의 대명사로 기억하고 있던 세대가 파격적인 그랜저를 마다하지 않고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그랜저의 변화처럼 성공이란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 비싼 수입 명품들이 호황을 누리고 수억의 수입차가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이 시대에서 화려한 겉옷이 아닌 내면의 자신감이 성공이라는 의미를 포착해낸 것은 한국 사회에서의 그랜저가 던진 즐거운 반항으로도 여겨진다.

때문에 그랜저를 살 수 없는 이들에게도 그랜저가 쏘아올린 이 시대 성공의 사회적인 울림은, 하나의 잣대를 들이대며 ‘루저’의 낙인을 찍어버리는 폭행이 아니어서 거부감 없이 다가온다. 나만의 성공의 가치를 일깨우며 새롭게 다가온 그랜저가 그래서 더 의미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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