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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특별연장근로 확대"…경영·노동계 모두 반발

경영계 "정부의 재량적 판단 불확실성...법으로 제도화해야"
노동계 "자의적으로 사용될 위험 커...노동시간 단축 포기 선언"

박상효 기자 (s0565@ebn.co.kr)

등록 : 2019-11-18 14:18

정부의 주52시간 근로제 보완책에 대해 경영계, 노동계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그동안 경영계는 재해와 재난이 아니더라도 사업상 필요가 인정될 때 특별연장근로를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반면 노동계는 주 52시간제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것과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완화 등을 노동시간 단축 기조의 후퇴로 간주하며 반대해왔다.

고용노동부는 18일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 이후에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충분한 계도 기간을 주고 특별연장근로 기준에 대해서도 경영상 이유 등을 포함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책을 발표했다.

보완대책에 따르면 주 52시간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전체 50~299인 중소기업에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한다.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계도기간을 얼마만큼 부여할지는 이번에는 발표하지 않았다.

또 시행규칙 개정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최대한 확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업무량 일시 증가’ 등과 같은 경영상의 사유에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등 승인 요건이 완화된다.

특별연장근로제는 특정 상황에 한해 주 52시간 이상 근무를 인정해주는 제도로, 최근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기관이나 일본 수출규제 대비 연구기관 등이 이 제도를 승인받아 사용해 왔다.

현행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은 특별연장근로 인가의 판단기준인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는 경우로 △태풍·지진 등 자연재해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 △이에 준하는 긴급성, 불가피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노사정 합의를 통해 현행 3개월로 돼 있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 입장차로 입법이 불투명해지자 시행 규칙 개정 등을 통해 당장 가능한 보완책을 내놓은 것.

정부는 입법 논의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진전이 없을 경우 1월 중에는 이같은 보완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 경영계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개선 반드시 입법돼야"

한국경영자총엽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특별연장근로는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개별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그 인가 여부도 정부의 재량적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별(인가)연장근로는 기본적으로 주52시간제로 일감을 소화할 수 없어 현장근로가 총량적으로 더 필요한 경우에 특별히 정부의 인가로 추가연장근로가 허용되는 제도이므로 제도의 본질상 예외적, 일시적, 제한적인 틀 속에서 운용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총은 "이번 정부가 고려하는 특별연장근로 보완대책은 우리 기업들이 치열한 시장상황과 국제경쟁에 사전적,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게 하는 유연근무제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며 "법적 안정성 없이 행정부에 의해 추가연장근로시간 범위와 관리방식이 변동되는 등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점을 감안해 볼 때 법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또 중소기업에 대한 계도기간 부여는 당수 중소기업이 근로시간 단축 준비가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볼 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고 법으로 시행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경총은 "기업의 노사합의에 따라 산업현장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정상적 유연근무제도들인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 개선이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입법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기업계도 "숨통이 트이는 대책" 이라면서도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일부분만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계도기간 1년 부여와 관련해 그간 우리 중소기업계가 요청한 1년 이상 시행유예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다소간 아쉬움이 있다”며 “그러나 계도기간이 시행유예와 같은 효과를 가져오고, 근로감독 등의 부담이 면제된다면 그나마 중소기업들에게는 숨통이 트이는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특별인가연장근로를 보완하기로 한 것도 긍정적”이라며 “추후 중소기업 현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이 보다 폭넓게 고려돼야 하고, 인가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등 요건과 절차를 대폭 완화하는 명시적인 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노동계 "노동시간 단축 포기 선언, 자의적 권력 행사"

노동계는 특별 연장근로 확대가 자의적으로 사용될 위험이 크다며, 노동시간 단축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최저임금 1만원 정책 포기에 이어 노동시간 단축 정책마저 포기하는 문재인 정부 노동절망 정책에 분노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52시간제 계도기간 설정의 근거 없음과 부당함에 대해 질릴 정도로 역설해왔지만, 정부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시행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사업장을 핑계로 ‘충분한 유예’ 요구를 수용해버렸다"며 "특별연장노동 사유를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말은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모든 사업장에 특별연장노동을 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일시적 업무량 급증은 어느 업종, 어느 사업장이나 겪는 상황"이라며 "이를 반영한 시행령 개정은 정부가 이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자의적인 행정을 남발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시적 업무량 급증은 원청 납품기한 일방 단축요구나 긴급 발주 등 원하청 구조문제"라며 "문재인 정부는 원청 갑질이나 불공정한 원하청 구조문제 해결에는 관심 없이,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임금이 적고 보호해줄 노동조합 힘이 약할수록 더 많은 희생과 고통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부와 국회의 개악 시도에 맞서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모아 모든 노동자의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총파업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도 52시간 제도 유예는 안 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14일 한국노총도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활용되는 특별연장근로의 인가제도가 확대된다면 ‘특별’한 사유가 아니어도 노동자들은 ‘특별’한 노동을 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이 제도를 악용할 것은 불 보듯 뻔하며, 특별하지 않은 특별노동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대 주52시간 상한제 시행의 법 취지는 ‘사업수행을 위해 필요한 인력 채용 없이 업무량 증가를 빌미로 비인간적인 장시간 노동을 해 온 잘못된 관행을 바꾸자’는 것"이라며 "사정이 어렵게 합의한 탄력근로제도 시행해 보지 않고 추가적인 보완책을 시행한다면 정부는 게도 구럭도 다 잃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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