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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살롱] 금감원에게 보험사는 '미운우리새끼(?)'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9-10-29 17:14


금융산업과 밀접한 관계의 금융감독원. 금감원은 금융사들이 준법적으로 경영하면서 자력갱생할 수 있는지를 주시하는 역할이다. 그렇다 보니 금감원엔 양가적인 입장이 존재한다. 부모같은 심정으로 금융사를 지켜보기도, 시어머니 같은 심정으로 경영에 간섭하기도 한다.

이런 금감원에게 가장 '미운우리새끼'는 어디일까. 아마도 해결과제를 잔뜩 안고 있는 보험 산업이 가장 아픈 손가락 아닐까.

▲ 김남희 기자
보험 산업은 내년부터 0%대 성장률이라는 암울한 환경 속에서 회계제도 변화 대비와 함께 저금리, 영업난을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어제와 같은 경영'으로 장밋빛 청사진만 기대한다는 게으름을 지적도 받기도 한다.

당초 보험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취임과 함께 금융개혁 대상 1순위로 꼽혀왔다. 그래서일까. 올해 초 은행권역 출신인 이성재 금감원 부원장보가 보험권역 임원으로 발탁되자 은행권역 직원들은 "보험업계와 금감원 보험권역 간의 유착관계를 끊어내 구조적 보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사"라고 풀이했다.

이 부원장보는 2016년 보험준법검사국장을 맡아 보험사의 '투항'을 받아낸 전력이 있다. 자살보험금 미지급금이 당시 이슈였다. 현재 취임 7개월을 맞은 이 부원장보가 앞으로 감독자로서 어떤 역발상 카드을 꺼낼 지 관심이 모아진다.

보험은 소비자 민원이 많고 보험금 지급에 대한 노이즈가 잦기로 '악명' 높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보험사는 계약자간 상당한 정보 비대칭성, 그 간극 덕분에 수익을 낸다'는 인식이 있다.

게다가 변화 속도가 느린 보험사들은 타업권 시중은행과 증권사와의 경쟁 대열에 끼기 어려웠다. 그렇다보니 수년전만해도 금융당국자들 사이에선 '혁신적 금융'에선 보험을 '논외'로 쳤다.

보험사 입장에선 상품 만기를 고려하면 변화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다는 항변이 나온다. 은행 적금과 예금은 만기가 1~5년 수준, 증권사의 주식은 매일매일 사고 팔수 있어 빠른 결단이 필요하고 팔고 나면 끝이다.

이에 반해 보험 상품은 1년짜리 일반보험부터 20년, 30년 만기인 장기상품까지 있다. 상품을 파는 영업 과정도 길다. 그렇다보니 보험권이 '덩치만 크고 동작은 굼뜬 곰'에 비유됐던 이유다.

최근엔 금감원이 이런 보험을 '순발력 있는 곰'으로 바뀌도록 유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25일 있었던 해외 대체투자 관련 회의가 대표적이다.

금감원 이창욱 보험감독국장은 이날 38개 보험사 감사실 및 생손보협회와 회의를 열어 해외 부동산 및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대한 중간점검을 권고했다. 또 연말까지 해외 부동산과 SOC 등 대체투자 현황을 자체 점검하고 이사회 및 금감원에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이 이들 보험사를 불러 투자에 대한 경고음을 낸 이유는 정무위 국감에서 최근 해외부동산 펀드 관련 금융사 손실이 도마에 올라서다.

KB증권이 판매한 호주 부동산 사모펀드 'JB호주NDIS' 사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감원은 보험사에도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내부 점검을 주문한 것이다. JB호주NDIS펀드의 경우 외생변수 영향으로 3200억원 규모 손실이 감지된다.

구조적인 글로벌 저금리 환경 속에서 해외투자를 통해 한푼이라도 더 벌려는 보험사에 금감원은 위험 여부가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선제 예방을 주문한 것이다. 2017년 말 124조원 규모였던 국내 보험사 해외투자 규모는 1년 반 사이 155조원으로 뛰어올랐다.

금감원의 이런 노파심에 보험사들은 경청과 함께 불편함도 드러냈다. "굼뜬 보험업계에 선제적으로 메시지를 던졌다"는 시각과 "어차피 투자 범위도 제한적인데 바쁜 기업 오라가라"한다는 입장으로 나뉘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감사실이 능동적으로 내부에 제시하지 못하는 메시지를 금융당국 입을 통해 경고음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이미 보험사 해외 투자 비중은 총자산 30% 이내로 규제를 받고 있다"면서 "당국과 소통하는 건 좋지만 치열하게 먹고살길을 고민하는 금융사가 이런 자리에 자주 나가는 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보험업계는 유독 보험사들만 동네북 신세가 됐다는 기분을 지우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미 벌어진 DLF·라임 사태만 해도 금감원이 보험권만 '동네북' 삼아 은행과 자본시장에 대한 위험 관리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라는 반박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에 발끈했다. 그는 "윤 원장이 보험권에 신경 쓴 거 십분의 일만이라도 은행의 불완전판매나 소비자보호에 신경썼더라면 DLF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면서 "DLF 사태는 기관장의 편견이 부작용을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줬다. 키코와 동양 사태를 치르고도 또 소잃고 외양간을 고쳤다"고 일갈했다.

이런 말을 전해 들은 금감원은 "보험 문제는 기관장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고질적인 금융문제인 반면 DLF·라임사태는 갑작스런 변동성이 작용하는 자본시장 사고였다"고 설명했다. 현안을 앞에 두고 금감원과 보험업계의 시각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보험사들은 한국 금융산업의 발전주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보험권의 서러움까지 달래주는 감독을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당국 지침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신속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를 키우는 변화가 보다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