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 몰릴 시기 선사들 눈치싸움으로 발주 연기 가능성 존재
반면 낮은 선가에 발주량 늘 수도 있어…저가 수주경쟁 우려는 여전
과거 대비 낮은 선가로 조선사들의 속을 태우고 있는 컨테이너선 가격이 또 다시 하락하며 조선업계가 고심에 빠졌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임박한 데다 해운업 컨선 대형화 추세로 선박 발주가 재개되는 상황에서 선사들은 선가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존에 계획했던 발주를 미룰 수 있다.
반면 낮아진 선가에 발주 일정을 더 앞당기는 등 발주가 몰릴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이 경우 중국 등 해외 조선사들이 부진한 수주 실적을 채우기 위해 저가 수주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4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1만3000~1만4000TEU급 컨선과 2만~2만2000TEU 컨선은 지난달보다 각각 50만달러 하락한 1억1100만달러와 1억4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소폭 하락이긴 하나 올해 부진한 시황으로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올해 1~9월 글로벌 누계 선박 발주량은 1539만CGT로 전년 동기인 2696만CGT 대비 43% 감소했다.
특히 컨선 발주난이 심각하다. 지난 2018년 254만CGT(40척) 발주됐던 1만2000TEU급 이상 컨선은 올해 9월까지 57만CGT(10척) 발주되며 78%나 하락했다.
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컨선 발주는 더욱 침체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선주들이 컨선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해 기존에 계획했던 발주를 미룰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는 2020년 시작되는 IMO의 환경규제(선박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의 황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는 조치) 및 해운업 대형화 추세로 컨선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실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은 이번 달 들어 2만3000TEU급 컨선을 각각 6척, 5척 수주하는 등 실적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해운사들의 눈치싸움이 시작된다면 발주는 다시 줄어들 수 있다.
물론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가가 낮아진 만큼 선사들이 이를 기회로 발주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발주 확대도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미 배를 투입하는 시기 등을 고려해 발주 계획을 세워 논만큼 선가 변동에 따라 계획을 바꾸기 위해선 수익성 등 다양한 요소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발주가 급작스레 늘어날 경우 저가수주 경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어려운 조선 시황에 도크를 다 채우지 못한 중국 등 외국 조선사들이 부족한 물량을 메우고자 기존 선가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수주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선박 시장은 낮은 선가보다는 기술 숙련도와 건조 신뢰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크다"며 "중국이 선가를 낮춰 부른다고 해도 한계가 있어 국내 조선사들에겐 큰 걱정거리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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