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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역사적 저점…제로금리 도래 가능성은

경기침체 골 깊어 완화 기조 이어질 것…"여력있다" 한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열어둬
금리 실효하한 논쟁도 가속화…제로금리 도래 가능하다 vs 추가인하 기대 약화될 수도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등록 : 2019-10-16 14:23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로 내린 가운데 나아지지 않는 국내 경기침체 상황에 따라 내년 추가 인하 가능성도 새나오고 있다.ⓒ연합

한국은행이 석 달 만에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이번 결정은 올해 두 번째 인하로 기준금리는 다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1.25%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7월 1.75%에서 0.25%포인트 인하된 이후 석 달 만에 이뤄진 추가 조정이다.

한은이 금리 인하에 가속 페달을 밟은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경기 부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추가 인하 여부로 쏠리고 있다.

일단, 이달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국내 경제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경기둔화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한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도 계속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대체적이다.

한은도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다. 이주열 총재는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한은은 통화정책 초점을 경기회복세 지원에 맞추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던진 상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완화정도를 얼마나 크게 가져갈지에 대해서는 주요 대외리스크 요인의 전개상황과 그것이 국내경기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상황의 변화를 지켜봐야겠지만, 금리 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은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던 한은이 완화적인 스탠스를 충분히 보이는 것은 한국 경제에 저성장·저물가가 장기화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9월 기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4%로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수출은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이 같은 실물경제 약화 상황은 공급측 요인이 크지만, 수요측 물가 상승압력도 크게 약화된 것도 작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수요측 물가 압력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상승률은 1.0%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더욱 낮은 0.8%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근원물가 상승률 흐름도 연초 1%초반에서 등락하다가 지난 9월에는 반토막 수준인 0.6%까지 떨어졌다. 근원물가 하락은 우리 경제의 소비·투자·생산 등의 활동이 위축돼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금통위는 통화정책결정과 동시에 발표한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을 통해 "앞으로 국내경제의 성장 흐름은 대외여건 악화 등으로 지난 7월 전망경로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종합의견을 냈다.

국내외 경제전망기관들도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낮추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0.6%포인트 낮춘 2.0%로 전망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1%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1.8%)와 해외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1.9%), 모건스탠리(1.8%) 등은 무려 1%대로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도 어둡다. 지난 7월 한은은 올해(2.2%)보다 내년(2.5%) 경기가 더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내년에는 1%대 성장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7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1.8%와 1.7%로 내다봤고,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지난 9월 각각 1.8%, 1.6%, LG경제연구원도 같은 달 각각 2.0%, 1.8%로 내년 경기는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이 11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경제성장률도 낮출 것이라는 전망도 가시화되고 있다.

경기 반등 가능성도 아직까지는 미약하다. 미·중 무역협상이 1단계 합의, 이른바 스몰딜(부분 합의)에 도달했음에도 포괄적인 무역협상으로 진전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실물경제가 살아난다 해도 지표로 감지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시장은 내년에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만약 한은이 내년에 한 번 더 인하를 결정하면 기준금리는 1.0%로 역대 최저치(1.25%)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이와 관련해 '금리 실효하한'에 대한 논쟁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효하한은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가 기준금리를 0%로 내리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 하한선을 의미하는 데 현재 시장은 0.75~1.0% 수준을 실효하한으로 보고 있다.

실효하한에 대해서 한은도 비교적 여유있는 입장을 보였다. 이 총재는 이날 "실효하한 수준은 확실하지 않지만, 어느 지점에서인가는 존재할 것"이라면서도 "그 실효하한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는 기축통화국 대비 높은 수준에 있다는 인식을 금통위원들 간에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기준금리가 1%대 밑으로 떨어져 '제로(0) 금리' 시대가 도래하는 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면서 기준금리의 하한선에 대한 논쟁도 조심스럽게 일어나고 있다"며 "금리인하 사이클이 단기간에 멈추지 않고 내년 성장률이 2% 이하에 머물 경우 기준금리는 1% 이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금리하향 추세자체는 아직 바뀌지 않았다고 보고 있으며 내년까지도 한국 경기개선이 기대만큼 올라오지 못할 경우 국내 기준금리 1.00%에 대한 믿음이 쉽게 소멸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금리인하 속도 조절론도 제기된다. 이번 금리인하로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에 맞닿게 된 만큼 한은의 정책적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분석이다.

통화정책 효과가 예전만 못한 점도 한은의 지속적인 금리인하를 고민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봉합 단계에 들어간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걷힐 경우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도 지금보다는 잠잠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전날 보고서를 내고 "현재 한국경제는 금리의 파급경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저금리 장기화로 이미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으로 금리인하 효과가 소비·투자 진작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미·중 무역협상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겠지만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 추가 금리인하 기대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달 이후 한은이 통화정책에 신중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한은은 일단 관망 모드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가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시기는 당장인 11월이 아닌 내년이 될 전망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이날 금통위에서 이일형·임지원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동결하자는 소수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7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를 지켜보며 완화정도 조정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