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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실리 다 잃어"...식물 전락 한국지엠 노조

2만여대 생산손실 기록한채 소득 없이 "모든 행위 중단"
내년 협상도 첩첩산중 "회사경쟁력 방안 나온 게 없어"

권녕찬 기자 (kwoness@ebn.co.kr)

등록 : 2019-10-14 11:05

▲ 인천 부평2공장 전경 ⓒEBN

올해 임단협을 둘러싸고 한국지엠 노사가 3개월간 씨름을 벌였지만 결국 빈손으로 귀결됐다.

노조는 지난 11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개최한 뒤 "모든 행위를 중단한다"며 교섭 뿐만 아니라 파업 역시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4일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에 따르면 노조는 장기간 파업에 따른 여론 악화와 집행부 갈등까지 직면하면서 교섭 뿐만 아니라 파업 동력까지 상실했다.

노조 내부에서는 진행된 협상안으로 전체 조합원 투표를 진행하려 했으나 "부결 투쟁을 벌이겠다"는 강경 교섭대표들의 반대에 부딪쳤고, 파업을 지속하자니 조합원들의 거센 불만 때문에 노조는 이도저도 못하는 식물 신세로 전락하게 됐다.

여기에다 내달부터 제26대 차기 집행부 선거가 예정돼 있어 현 집행부는 막판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차기 위원장에 모든 협상을 위임하며 쓸쓸한 퇴장길을 맞았다.

결국 노조는 이번 교섭 과정에서 국내 생산물량 확보를 내세우며 임금 인상을 노렸지만 아무런 소득없이 백기를 들게 됐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12만3536원과 성과급 및 격려금을 합쳐 약 1673만원 등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초유의 전면 파업 등의 투쟁을 벌였지만 5년간 4조원이 넘는 적자와 극심한 판매 부진 등과 같은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자사차 불매운동'이라는 전무후무한 투쟁카드를 꺼내들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회사는 스파크, 말리부, 트레일블레이저 등 국내 생산(예정)모델 3종을 대상으로 100만~300만원 바우처를 지급하는 특별 제시안을 제시하며 협상 물꼬를 트려 했지만 어떠한 결과물도 내놓지 못한채 끝이 났다. 파업 기간 2만여대 생산손실만 노사가 떠안게 됐다.

앞으로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아무런 진전 없이 내년으로 넘어간 만큼 강대강 노사 분규가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차기 선거에 출마하는 교섭대표들이 줄곧 반대 목소리를 냈던 강경파인 점도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년이라고 노조의 입장 변화가 있겠느냐"며 "올해보다 심화된 노사 갈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파업은 유보하되 교섭은 계속 했었어야 했다"며 "회사경쟁력을 살리기 위한 대안이 나온 게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지엠의 생산량은 눈에 띄게 줄고 있는 상태다.

2012년 연간 생산량은 78만5757대였지만 2014년 62만9230대, 2016년 57만9745대, 2018년 44만4816대로 급전직하 중이다. 올해도 9월 누적 생산량이 30만4756대로 같은 기간 기준 2005년(25만8천551대) 이래 14년 만에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