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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다툼 시작된 DLS, 주요 쟁점은

시민단체들 잇달아 형사·민사소송 제기 "사기판매 혐의 입증돼야"
하나·우리은행, 지난해 금감원 암행평가서 나란히 낙제점수 받아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9-09-25 14:12

▲ ⓒ픽사베이

파생결합증권인 DLS(Derivative Linked Securities)사태 관련 금소원, 키코공대위 등 시민단체의 소송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공모펀드 대비 투자자 책임을 강조하는 사모펀드로 판매됐다는 이유로 은행들은 투자자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고령층 위주로 모객을 하며 손실 위험성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면서 법정에서는 이에 대한 진실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로고스는 25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판매한 DLF와 관련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두 은행을 상대로 소송이 제기된 상품은 독일 국채금리 연계 상품(만기 9월 26일), 영·미 CMS 금리연계 상품(만기 10월 12일, 2020년 2월 19일, 2020년 4월 20일) 등 총 4개다.

금융소비자원과 함께 DLS사태 관련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로고스 측은 우리은행이 판매한 상품에 대해 기대수익은 29만원에 불과한 반면 손실은 1억원에 달하며 하나은행이 판매한 상품 역시 수익 대비 손실이 40배 이상 발생하는 최고위험등급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로고스 측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투자자들에게 손실현황을 은폐해 환매기회를 박탈했을 뿐 아니라 안정형 투자자를 임의로 공격형 투자자로 둔갑시켰다고 주장하며 원금 100% 및 그에 대한 지연이자를 청구했다.

전문수 변호사는 "손익구조가 수백배에서 불공평하고 글로벌 금리하락을 이유로 다른 은행들이 승인하지 않은 상품에 대한 판매를 강행했다는 점, 최고위험 상품임을 은폐하고 투자자들의 투자성향도 공격형 투자자로 둔갑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불완전판매를 넘어 은행의 사기판매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키코공동대책위원회는 DLS사태에 대해 사기판매 혐의로 민사가 아닌 형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10여년 전 은행들이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판매했던 환율 연계 파생금융상품 키코(KIKO, Knock-In Knock-Out)로 인해 줄도산 위기에 처했던 중소기업들은 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에 나섰으나 대형 법무법인을 앞세운 은행권에 줄줄이 패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공대위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신청과 함께 형사소송에 나서면서 은행들이 적극적인 피해보상에 나서도록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금감원에 신청한 분쟁조정은 자동적으로 효력이 사라진다는 점도 형사소송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다.

공대위 관계자는 "상품 가입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은 극히 적은 반면 손실은 키코상품의 경우 무제한, DLS상품의 경우 원금 전액에 달할 정도로 위험성이 높은데 은행들이 이에 대한 설명 없이 안전한 상품이라고 강조하며 판매에 열을 올렸다는 점에서 키코사태와 DLS사태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키코사태에 대응하면서 공대위가 쌓아온 노하우와 함께 하는 변호사 및 교수들의 도움을 받아 DLS사태 피해자들이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반복되는 은행권의 이와 같은 행태를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제2·제3의 키코사태와 DLS사태는 언젠가 다시 또 나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DLS사태 피해자 및 시민단체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은행권은 해당상품을 가입한 투자자들의 대부분은 이전에도 다른 투자상품에 가입한 경험이 있으며 형평성과 배임 문제로 인해 특정 상품에서 발생한 손실을 배상해 주는 것은 현실적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3일 손태승 은행장 명의로 향후 전개될 분쟁조정 절차에서 고객보호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으나 고객 자산관리체계를 서비스 만족도, 수익률 개선도 등 고객중심의 평가지표로 전면 개편한다는 점을 강조했을 뿐 피해보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은행권은 불완전판매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나 이와 관련한 정황은 속속 드러나는 상황이다. 김병욱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도 불완전판매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 위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 파생결합증권 판매에 대한 미스터리 쇼핑 실시 결과'에 따르면 고령투자자 항목별 평가결과 취득점수를 100점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하나은행은 25.5점, 우리은행은 56.5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6월 5일부터 9월 5일까지 14주간 진행된 미스터리 쇼핑에서 하나은행은 종합평균 38.2점으로 '저조' 등급을, 우리은행은 62.4점으로 '미흡' 등급을 받았다.

항목별 평가결과를 보면 하나은행은 숙려제도 안내, 적합성보고서 제공 및 유의상품 권유시 확인의무 등 고령투자자 보호방안 준수가 매우 저조했으며 우리은행은 유의상품 권유시 확인의무, 적합성보고서 작성·제공 등 신규 고령투자자 보호방안 준수가 미흡한 것으로 통보됐다.

지난 8월 기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DLF 연령별 잔액 현황을 살펴보면 하나은행은 70세 이상 고령투자자가 415명(1263억원), 우리은행은 240명(498억원)으로 집계됐는데 금감원의 미스터리 쇼핑 결과대로 고령투자자들의 피해가 많았다는 것이 김 위원의 지적이다.

김 위원은 "DLF 같은 파생결합상품은 상품구조가 복잡하고 투자위험이 높기에 고령투자자 보호제도가 마련됐으나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했다"며 "금융당국이 암행평가를 통해 인지한 사실을 바탕으로 강도 높은 현장점검과 대책을 마련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