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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에 다시 주목받는 대체육류

공장식 축산·과도한 육류소비 지적
세계 채식시장 연간 9.1%씩 성장
동원F&B 비욘드미트 1.5만팩 판매
롯데푸드 원천기술 확보로 공략 강화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등록 : 2019-09-19 16:02

▲ 비욘드미트 제품과 롯데푸드 제로미트 제품.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1만 마리에 가까운 돼지가 살처분 될 예정이다. 동물단체들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가축 전염병 발생과 대규모 살처분 문제가 공장식 축산 때문이며, 근본적으로는 현대인들의 과도한 육류 소비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동조하는 의식있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체육류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와 연천 농장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총 1만 마리에 가까운 돼지가 살처분될 예정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치사율이 100%이고, 백신이 없으며, 전염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방역망이 뚫릴 경우 국내 모든 돼지가 멸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축 전염병 및 그로 인한 대규모 살처분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11년 초 구제역 파동으로 전국 소와 돼지 300만 마리가 살처분 됐으며, 2016년 말에는 조류독감(AI) 파동으로 전국 닭과 오리 2700만 마리가 살처분 됐다.

동물단체들은 인간의 힘으로 가축 전염병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근본적 해결책으로 동물 복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과도한 육류 소비를 개선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국가 주도의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전염병 발생 시 대규모 희생이 야기되고 있다"며 "기본적인 가축사육 구조를 재편하고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과도할 정도로 육식문화를 장려하고 있는 육식주의 문제를 시급히 타파해야 한다"며 "육식 소비량을 절반 이하로 대폭 낮추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서구권에서 더욱 거세게 불고 있다. 하지만 인구 수가 계속 증가하면서 육류 소비량은 오히려 더 늘고 있는 추세다.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밀집 사육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으며, 또 다시 전염병 전파로 인한 대규모 살처분이 일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대체육류이다. 대체육류는 콩이나 견과류 같은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섬유화해 실제 고기처럼 만든 가짜고기이다. 식품업계는 대체육류가 필요가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언론에 따르면 전세계 비건(채식주의) 식품시장은 2018년 120억달러에서 매년 9.1%씩 성장해 2026년 243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표적인 대체육류 업체인 비욘드미트는 올 1분기 4020만달러 매출을 기록해 예상치를 상회했다. 올해 예상 총매출은 2억1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40%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비욘드미트 제품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매장을 가진 써브웨이를 비롯해 던킨 등 다수의 프랜차이즈에 제공되고 있으며, 1만5000여개 식당에도 공급되고 있다. 비욘드미트는 지난 5월2일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국내 채식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성장성은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채식인구 수는 2008년 약 15만명에서 현재는 150만명으로 확대됐다. 채식 전문 음식점 수도 지난해 기준 350여개가 운영되고 있어 2010년 대비 13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1월 한국비건인증원을 국내 최초 비건 인증 및 보증 기관으로 인정했다.

국내 식품기업들도 대체육류의 원천기술 개발에 나서며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동원F&B는 지난 2월부터 국내시장에 비욘드미트 제품을 독점적으로 수입 판매하고 있다. 현재까지 판매량은 1만5000팩 가량. 판매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동원F&B는 비욘드미트의 소시지 제품 등으로 판매 품목을 더욱 확대해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출시를 목표로 대체육 기술을 개발 중이며, 샘표도 식물성고기 시장 진출을 준비중이다.

롯데푸드는 대체육류 원천기술을 확보, 시장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롯데푸드는 지난 4월 채소, 콩, 견과류 등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섬유화해 만든 대체육 제품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출시했다. 현재 까스와 너켓 등 두 종류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함박스테이크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롯데푸드는 롯데중앙연구소와 2년 간의 연구 끝에 대체육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통밀에서 100% 순식물성 단백질만을 추출해 고기의 근 섬유를 재현하고 닭고기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구현했다. 밀 단백질을 사용했기 때문에 콩 단백질을 활용한 대체육류 제품과는 달리 콩 특유의 냄새가 없고, 과거 콩고기에서 느낄 수 있었던 다소 퍽퍽한 식감 대신 육류와 흡사한 식감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효모 추출물 등으로 고기의 깊은 풍미와 감칠맛을 구현하고, 식물성 오일로 부드러운 육즙의 맛까지 살렸다.

롯데푸드는 아직 제로미트 매출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만큼 기술력을 더욱 진보시켜 판매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대체육 제품의 맛이 실제 고기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육류소비를 하지 않겠다는 의식있는 소비자들 외에는 수요 확장이 제한적이다"라며 "하지만 갈수록 고기와 똑같은 맛과 질감을 내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 향후 일반 소비자층까지 수요가 확장된다면 시장은 급성장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