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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수은, 앞서 나간 합병론

혁신산업 지원 위해 규모의 경제 필요 "임기 중 정부에 건의"
"덩치 키운다고 해결될 문제 아냐" 통합으로 얻는 실익 미지수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9-09-12 06:00

▲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사옥 전경.ⓒEBN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합병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지난 2013년 이후 6년만에 다시 정책금융 구조조정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 회장은 중복업무를 통합해 발생하는 여력으로 혁신산업 등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 지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나 정책금융기관이 각자의 역할이 있는데 덩치만 키운다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시각은 주의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10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취임 2주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아직은 개인적인 사견에 불과하고 내부적으로 논의한 적도 없긴 하나 산업은행이 수출입은행과 합쳐서 규모의 경제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중복되는 부분을 합치면 IT를 강화할 수 있고 남는 인력을 활용하면 규모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수장으로서 2년간 정책금융을 추진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이 회장은 내부적인 검토를 거쳐 임기 중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통합건을 정부에 건의해보겠다는 생각이다.

이 회장이 수출입은행과의 통합을 거론한 것은 50여년간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왔던 전통 제조업을 대체할 신성장동력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JP모건의 경우 매년 1조원의 자금을 혁신기업 성장에 지원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에서는 산업은행이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연간 50~60억원 수준에 불과하고 벤처캐피탈도 각각 100억원 정도의 지원이 한계라는 점에서 이 회장은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당장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10여년간 기존 전통 제조업 부진이라는 빈자리를 채워줄 산업의 육성을 소홀히하면서 경기침체에 빠져 있다"며 "혁신성장에 투자하다가 실패할 수도 있는데 이런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이 안된다면 투자 자체도 이뤄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금융도 일부는 경쟁하고 일부는 합쳐서 규모의 경제로 가야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관되는 B2B 분야에 대한 투자가 굉장히 취약한데 이는 곧 가치사슬의 취약성을 야기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954년 설립된 산업은행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민영화를 목표로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로 분리됐다가 2013년 정책금융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며 다시 합쳐졌다.

당시 금융위원회가 작성한 '정책금융 역할재정립 방안'에서 정부는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유보하는 대신 정책금융공사의 금융안정기금은 산업은행에, 해외업무 자산·부채·인력은 수출입은행에 이관했다.

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의 통합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으나 업무중복 영역이 작아 통합에 따른 실익이 적고 통합시 지원여력 축소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현행 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정책금융기관협의회 기능을 국책은행에서 시중은행까지 참여하는 것으로 늘리고 협의대상 사업범위도 20억달러 이상에서 5억달러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동걸 회장이 개인적인 사견임을 전제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통합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국책은행 수장인데다 임기 중 정부에 건의할 생각을 밝힌 만큼 이는 사견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책금융의 통합 문제가 단순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국한되는 문제일 수 없다는 점에서도 이 회장의 통합론은 산업은행 내부적인 논의 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풀어야 할 숙제가 적잖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3년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통합론이 제기됐을 당시 무역보험공사 측은 통합의 실효성이 없고 무역보험공사 고유의 업무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강하게 반발했다"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또한 일부 업무에 대해 중복되는 부분이 있겠으나 각자의 업무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근거로 통합을 논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형 글로벌 투자은행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고 이동걸 회장도 1000억원의 투자손실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융기관의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이와 같은 차원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통합론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혁신기업이 초기투자도 중요하지만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지원받는 것도 필수적인 만큼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